이티씨/내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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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발, 낡은 구두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4:17
옛것을 보낸다... 이 말이 매우 공감이 가네요. 옛 것을 보내는 기분. 저는 신지도 못하는데 오랫동안 보관했던 구두 한켤레가 있어요. 오랜 시간을 끌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에는 그것을 보내줘야한다고 생각했죠. 젊디 젊은 날, 온몸으로 나와 함께 고생을 버텨 준 구두라 쉽사리 버릴 수 없었어요.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오직 그 구두와 함께 했고 또 그 구두는 제가 가면 가는대로, 멈추면 멈추는대로 같이 있어줬지요. 밑창은 수도 없이 수선했지만 너무 낡아서 옆구리가 심하게 헤져 더이상 수선이 안될 즈음 저는 새로운 구두를 샀고 그 구두는 신발장 한 구석에 있다가,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가, 이제는 보내고 없답니다. 하지만 그 구두 이후로는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구두는 없게 되었네요. 지금 그 구두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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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거짓말, 고백의 기억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4:08
사랑을 고백해 본적은 없지만 거짓말을 고백해 본적이 있어요. 저에게 실망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짓말의 무게를 저울질하다가 끝내 거짓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백을 했더랬죠. 그렇다고 제가 했던 거짓말이 그 사람에게 해가 되는 거짓말은 아니었는데 왜 그리 한없이 부끄럽고 두렵고 미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고백을 받아준 이가 그러더라고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겠구나. 그것도 모르고.. 미안해." 그는 진심으로 미안해 했어요. 자신의 행동이 제게 거짓말을 불러왔다고. 그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201512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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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2:21
'기도를 한다.'라는 표현에 그 사람이 생각나요. 인간이 얼마나 '간사한' 존재인가를 말하던 제게 그 표현은 안썼으면 좋겠다고 했던 사람. 그 사람은 제가 종종 '사람은 참 간사하지? 덥다고 어제까지 얼음물 마시다가 오늘 좀 춥다고 따뜻한 물 찾는다는게.' 라거나 '사람은 정말 간사한 동물이야. 평소엔 찾지도 않다가 어려울 땐 기도하거든.' 이라는 말을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간사하다는 표현을 되게 싫어한 사람이죠. 하지만 저는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20151210 1224. 분홍천 -절대자, 이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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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유학이냐 유교냐 그것이 문제로다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1:57
어떤 학문이었든, 그 학문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유입되어 혹은 종교가 유입되어 민족 특유의 문화와 결합하면 그건 당연히 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에서 발현한 유학을 말하는 건지, 조선에서 융성한 유학을 말하는건지 잘 알 수가 없네요. 자꾸 공자공자 거리니까 마치 중국 유학사상의 본질만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어쨌거나 그 유학이라는 게 조선에 들어와 조선의 것이 되었을 때 유학은 종교로서의 색채도 띤다고 생각하는.. 그렇기에 유교도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해요.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지나가는 보통 사람으로 댓글들을 모두 읽다보니 왜 자꾸 그 연원만 파고드는지? 왜 한국에서는 유학이 유교가 되었는지를 먼저 헤아리진 않을까 싶어졌습니다. 사람들의 굳어진 입말은 괜한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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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부스럼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1:56
종종 알면서도 넘어가고 덮어주고 모른 체 하는 일들. 그게 남에 대한 나의 배려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할 때가 많죠. 저는 이따금씩 상처에 앉은 딱지를 떼어내듯 저 스스로를 까발려서 다시 진물이 나도 피가 흐르게 하는 자학적인 짓을 해놓고 후회해요. 간지러운, 내 살같지 않은 낯설음의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결국 그런 짓은 남에게도 나의 흉물스러움을 보여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데, 왜 그런 후회의 짓을 반복하게 되는걸까요? 20151208 1505. 분홍천 - 긁어부스럼 만드는 이야기, 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