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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푸른 밤 - 나희덕

새벽3시. 2019. 7. 5. 12:02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푸른 밤 中

 

------------나만의 해석----------------------------------

 

겉으로 보기엔 이별후의 애상을 나타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또 다르다.

어쩌면 시란 것은 작자의 의도와 달리 읽는 이에 따라 그 해석이나

의미가 달라지기 마련이라 시인은 그저 님을 그리워 하는 그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보련다.

 

 

내가 갈망하는 무엇. 하지만 지금 할 수 없는 그 무엇.

자꾸만 돌아봐지고, 자꾸만 나도 모르게 한숨짓게 하는 그 무엇.

그것은 나의 욕망, 나의 기대, 나의 희망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이미 너무 오랜 세월을 거쳐와 이젠 어느게 본연의 나인지도 모를 이 모습.

이젠 바꿀수도 없는 이 모습.

직장을 때려치고, 내가 하고싶은걸 한다고 모든걸 내팽겨치기엔

차고 있는 모래주머니가 너무 무거워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려 가고 있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게걸음처럼 조금씩 조금씩

이렇게나마 글로 위안을 삼으며, 책으로 위안을 삼으며 차곡차곡

나의 글감들을 모아가는 이 행위 자체가

실은 내가 욕망하는 그곳으로 향한것.

 

답답함에 까마득한 밤에 나와 혼자 그네를 타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고

그런 생각들이 모이고 모여 짧은 문장들을 만들고 그것은 언젠가

내가 욕망하는 그곳에 도착할때 그 길 위에 떠서 나의 이정표가 되어줄 반짝임들.

 

이건 내가 원한게 아니야! 라고 소리치면서도,

갑갑해 미칠것 같으면서도 꾸역꾸역 해내면서 한숨한번 쉬고 사박사박 가슴에 삯히는

노역의 감정들이나 아무도 아무러하지 않는 일들을 보며 혼자 웃고 혼자 즐거워하고

감동받으며 내 뱉는 작은 숨결들이 꽃처럼 모여 그 길에서 향기를 뿌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고 우리 좌절하지 말자.

어떻게든 우리는 가고 있는 것이야. 다독, 다독......

 

 

------------------------시 전문------------------------------------------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에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