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꽃
새벽3시.
2019. 7. 5. 12:17
꽃
나는 매주 꽃을 산다.
매주 월요일에 꽃을 산다.
어쩐일인지 이번주엔 사지 않았다.
아마 다음주에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매주 오천원을 주었다.
매주 월요일에 오천원을 주었다.
어쩐일인지 이번주엔 주지 않았다.
아마 다음주에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내게 월요일이냐 물었다.
내게 왜 꼭 월요일이냐고 물었다.
어쩐 일인지 이번주엔 가지 않았다.
아마 다음주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
오늘 다른 길을 지나치다가
돌아서서 오천원어치 꽃을 샀다.
어쩐 일인지 전처럼 예쁘지 않아서
아마 다음번에는 사지 않을 것이다.
20150905 2211
-------------------------------------------------
아마도 그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를 만나고 매주 오천원어치의 꽃을 샀다.
꽃을 산 이유는 그는 내게 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막 수줍게 잎을 벌리려 준비하는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는 아직 촉촉한 이슬을 머금은 다펴내지 못한 겹겹의 꽃잎 속처럼
촉촉한 슬픔을 가슴에 머금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와 만나고 난 다음 그가 무척 그리워지는 월요일마다
아직 덜 핀 꽃을 샀다.
그 주 주말이면 꽃은 활짝 피어있었고
나는 그 꽃을 보면서 오늘 만날 그도 나를 만나러 오는 마음이
이 꽃처럼 활짝 열려있을 것이라, 기쁘리라.
나도 그래서 미소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