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우리 함께 춤을 - 왈츠

새벽3시. 2019. 7. 5. 16:49

천안역 플랫폼

자작자작 거닐던 비가

기차 소리에 놀라여

안으로 비껴들었다.

 

비는 가슴을 쓸다

내 발목을 바라보고

손을 뻗어 톡톡 두드리다

이내 맵시로 고쳐 잡고

손가락을 세워 연주를 시작한다.

 

올라온 복사뼈는 검은건반

뒤꿈치 날줄들은 흰건반

비가 걷던 소리처럼 사복사복

조용하고 아름다운 소리

 

발이 음악과 함께

어깨를 들썩인다.

음악이 흐르고

귀를 감고

발가락은 춤을 춘다.

 

철로를 두드리는 빗줄기

가슴을 진동시키는 안내방송

치마를 적시는 바람이

곱게 짠 드레스를 입고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에 맞춰

빼입은 비의 손을 잡는다.

 

20150712. 1404. 천안역에서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며

발목으로 비껴드는 비를 느끼고(종일 내 영혼 곁에 맴돌던 그와 추는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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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춤을 배우자고 했다.

우리는 왈츠 이야기 했고 즐거워했다.

왈츠를 위해 한벌씩 빼입고 손을 마주잡자고 했다.

나는 아무러해도 괜찮았다.

춤을 추어도 눈을 마주하고 손을 맞잡고 가슴을 맞대어

교감하는 그 자체가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