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방 문

새벽3시. 2019. 7. 5. 16:56

마을 버스를 탔다.

정류장에 내리자 흰바지가 앞을 지나갔다.

또 빨간 가방이 지나갔다.

 

방배역의 시커먼 아가리에선

쏟아지고 주워담기는 스키틀즈들이 성시다.

뜻없이 걷다가 뒤라고 앞이라고 잴 틈도 없이 빨려든다.

 

강남역이다.

이제 이 문을 열었다 닫으면

지리하게 끌던 여름의 고리도 끊어진다.

 

설렘, 망설임, 기쁨, 두려움, 열망, 안타까움,

이지러진 마음까지.

 

나는 문을 열었다.

 

20151008. 2033.

일상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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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두달의 여행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는다.

드디어 나는 나로 돌아왔고 더는 지난 여름이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마 내 메모장에 적힌 끄적여진 글들은 종종 꺼내질 것이다.

어느 한 귀퉁이에 기록해놓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속이 후련하다.

이제 너의 기억속에서도, 나를 불러주던 네 음성이 담긴 내 기억속에서도

그 여름은 지나간 것이다. 완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