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생각과수필] 왜 비가 온 직후에 풀향기가 더 진할까?

새벽3시. 2019. 7. 9. 18:56

숲길을 걷다가 갑작스레 내린 비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우리는 그대로 비를 맞았다.

젖은 모습 사이로 구름이 흩어지고 다시 해가 비쳤다.

우리는 서로의 꽃이 우스워 젖은 옷을 털며 웃었다.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 가늠해보고 싶은 바람이 다가왔다.

깊은 가을이라 빗물위에 쌓이는 바람은 우리를 떨게 했다.

 

그래도, 숨을 깊게 쉬어야 한다. 이 바람은 숲의 숨을 몰아왔으니까.

 

내가 물었다.

"아빠, 왜 비가 온 직후에 풀향기가 더 진한걸까?"

 

아빠는 내 물음에 잠시 멈추어 나무들을 올려보며 입을 우물거리다가

"글쎄, 그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 것 같은게 아닐까?"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잠시 아무말 없이 바라보다가 손을 잡고 다시 걸었다.

 

20151029. 1428.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아빠와 함께 걷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