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낙엽을 모아 불쏘시개 잡고 무덤 속 관은 땔감으로 써서 둥그런 아궁이 앞에 둘러 앉아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세

새벽3시. 2019. 7. 10. 10:59

오후의 태양은 숨이 가쁘게 붉구나.

그에 시기로와 분연히 이는 바람은

석양의 붉은 꽃을 덧없이 흐튼다.

산산이 퍼지는 꽃잎들이구름위에 앉아

표표히 세상을 구경하며 꼬리를 내다가

자기 발에 걸린 나무를 비추어 보더니

추위가 곧 올까 놀라와 구름만 남긴채

아래로 아래로 땅 아래로 무덤을 짠다.

 

스르렁스르렁 울지 말아라 바람아.

그래도 구름은 얼지 않는데

그래도 대지는 죽지 않는데

눈이 시게 죽어가는 태양이 달빛을 남겨두었으니

말라버린 잎을 붙들은 꼭지나 떼어버려라.

 

- 낙엽을 모아 불쏘시개 잡고

무덤속 관은 땔감으로 써서

둥그런 아궁이 앞에 둘러 앉아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세.

 

20151105. 2324.

사진 정리 중 바람 많이 불던 날 눈이 시리게 뜨고 찍은 일몰 사진을 보고.

글쎄, 난 무엇이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아 벌겋게 타오른 볼멘 얼굴로

카메라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