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수필] 세월의 숲이 깊을수록 고요해지는 것
얼마전 우연히 본 TV에 50대인데 30대 초중반 모습인 여인이 나왔다.
그런데 딱 한가지, 그 나이를 속일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이것을 발견한 뒤 이에 대해 생각하다 아주 잠깐 살았던 수색동이 생각났다.
나는 그곳에서 얼마 살지 못하고 이사할만큼 그곳을 싫어했는데 그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아침 7시 반쯤 집을 나서면 만나는 풍경들이 있었다.
많은 어르신들이 양지바른 곳에 앉아 출근하는 젊은이들을 구경하시는 풍경이다.
나는 그분들과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를 했는데,
그분들을 지나 버스를 타면 쾌활해야할 아침이 늘 우울함으로 시작되었다.
그분들의 늙은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그분들이 할일 없이 아침부터 그곳에 나와 젊은이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게 안타까워서도 아니다. 단지 그 때 마주하는 이것 때문이었다.
오늘 나의 것을 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소멸해가는 블랙홀처럼 물기 없이 짙었다.
어쩌면 흘러온 세월이 정제되어 갈무리 된 탓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수색동 어르신들의 이것은 그다지도 고요했을까?
일렁이는 파도도, 동요하는 바람도, 눈부신 햇살도 없이
평지풍파를 모두 겪어 본 선장의 배처럼.
세월의 숲이 점점 깊어질수록 아늑하고 고요해지는 이것은 눈빛이다.
20151106 1513.
거울에 비친 내 눈을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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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생동하는 반짝임이 소멸한 눈빛이 너무 싫었던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이를 먹어가며 눈빛이 동요 없이 고요해졌다 해도
자신이 열망하는 것을 하는 순간과 자신이 사랑하는 자와 함께 할 땐 젊은 날의 나처럼 반짝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반짝일 순 없겠지만) 꺼져가기만 하는 눈빛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내가 바라는 것을 하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