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흐린
새벽3시.
2019. 7. 10. 11:03
지금처럼 온 사방이 흐리던 날
바람조차 조용히 사그라들던 날
골목마다 피어난 퀘퀘함도 쓸려가던 날
그칠줄 모르고 흐르는 너를 피할 길 없어
온몸을 적시며 무작정 뛰었던 순간들
몰아치는 숨을 내뱉고 눈을 들자
발밑의 진 잎들은 벙어리가 되었다.
종착지를 알지 못해 휘돌던 바람 불던 날
비질에 한 데 모이면 더욱 빛깔 곱던 날
어느 발에 들어 비명을 지르던 해 좋던 날
계절처럼 하나 둘 떼어낸 자리에 생긴 딱정이
그 곳에 가지를 뻗으면 다음 계절엔
그 위에 새잎을 돋우면 다음 계절엔
얼마쯤 키가 커서 흐린 날도 조금은 밝을까
20151107 0518.
새벽에 꿈을 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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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던 날이 무서웠다.
비가 내릴까봐 잰 걸음을 걷거나 뛰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이제는 나도 흐려졌기 때문에.
꿈에 잊고 살던 사람이 나와서 하루 종일 심란했다.
그는 소파에 앉아 무심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기타를 들어 같은 곡을 반복해서 연주했다.
그의 곡들은 아니었는데 연주했던 가락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 모습을 보는 내내 꿈에서 마음이 아팠는데, 깨어서 보니 밖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