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수필] 규정 짓는 모든 것, 단어
나는 '단어'가 싫어질 때가 있다.
그 중에 자주 싫어지는 단어는 '하루'이고 또 싫어지는 단어는 '이별'이고 또 하나는 '강'이다.
가끔은 이 단어들이 나를 죽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연속해서 살고 있는데 '하루'는 나를 분리해 놓는 기분이다.
내가 '하루'라는 단어에 맞으려면 시간별로 분절되어 죽어야 한다.
이별도 그렇다.
어떻게 물리적인 떨어짐만으로 이별이라 말할 수 있을까?
헤어졌어도 헤어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시공을 넘어서는 그 요소들이 좋아 사랑을 하는데,
이별이란 그 요소까지 없애버리는 것이란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나는 이미 죽은 것이어야 한다.
'강'은 도랑이었고 계곡이었고, 바다이고, 다시 나무 줄기속의 수분이고, 다시 비이고, 다시 도랑인데
어째서 나와 같은 흐름속에 살고 있는 강은 강이어야 하는 걸까?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곳은, 나뭇잎에서 증발해 날가간 수분은, 떨어져 다시 도랑에 치는 그것들마다
이름을 붙여 정의하는 그 무엇.
아마도 그 지점마다 모두 이름이 존재한다면 이지영이란 존재도
시간의 지점마다, 환경의 지점마다 늘 다른 이름으로 존재해야하지 않을까?
강이 바다가 되는 순간 이미 강은 사라지고 바다만 있다.
이지영은 사라지고 다른 이름만 남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지영은 죽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름으로 규정 짓는 단어들이 싫다.
20151108 2353.
어제의 이지영과 오늘의 이지영의 차이를 생각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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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소라고 부르는 건 사람이 붙인 것이다.
가끔은 모든 규정된 단어들이 인간의 여러가지 욕망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세상의 모든 것은 스스로 이름을 짓지 않는다.
아물며 인간 자신의 첫 이름조차.
-하지만 어쩔 수 없게도, 당연하게도, 나는 그 단어들을 쓴다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