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생각과수필] 내 책상의 가을

새벽3시. 2019. 7. 10. 11:12

지난 주 월요일의 일이다.

막 출근한 내게로 동료가 천천히 다가왔다.

내 앞에 멈춰 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물거리더니

주먹을 쥐어 내 앞으로 손을 뻗었다.

나도 그를 올려다보며 손바닥을 펴보여 내밀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내 손바닥에 자기 주먹을 올리고 살그레 손가락을 폈다.

 

약이 오른 갈빛의 도토리 다섯 알.

꽁지 끝을 타고 올라온 붉수그레한 빛이 묘하게 연갈빛으로 옅어지는 귀여운 모습.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내 표정을 보고는 마른 걸음으로 돌아돌아 자기 자리로 갔다.

나는 도토리 다섯알을, 한 달 전 종이컵에 아무렇게나 꽂아 놓은 포도뼈 아래 올려 놓았다.

 

꼭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때가 있다.

고개를 들면 언제는 내 책상에서 가을을 만날 수 있고,

나는 그의 고마운 마음을 생각한다.

 

20151109 1704

도토리 안녕하신가 살피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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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는 동료 이상의 어떠한 관계도 아니지만 그래도 정의하자면,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이웃 관계이다.

소소한 것에서 누군가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이 도토리를 볼때면 가슴이 따뜻하게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