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수필] 어르신들
뜻하지 않게 정기적으로 어른들을 자주 만나게 된지 벌써 2년이다.
처음에는 모든 기가 쫙쫙 빨리는 것 같아 무척 힘들었는데,
그들과 일주일에 한 번에서 두 번 서로의 눈빛과 말소리와 체취와 표정과 함께
숟가락을 섞다보니 그들을 만나는 게 즐거워졌다.
어른들의 연령층이 50대부터 60대 후반까지가 대부분인데,
나와는 전혀 다른 세대를 산 분들이기에 기존에 내가 알지 못했던,
그 시대 사람들의 감성과 놀이와 문화 더불어 역사를 알 수 있는 일화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갈수록 그분들이 너무 좋아서 이제는 내 시간을 빼앗고
날 힘들게 하는 이 일이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분들은 내게 늘 고맙다고 여러 표시를 하신다.
오랜 자취생인 내가 집밥이 그리울거라며 매번 집밥을 바리바리 해와 먹게 하시고,
적게는 4시간에서 많게는 9시간을 떠드는 목이 아플까봐 걱정하시고
과일을 좋아한다고 종종 아낌없이 과일들을 내주신다.
오늘은 한 분이 대봉감을 한 박스 보내오셨다.
아... 그분들이 주는 이 물질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마음들이 얼마나 고맙고 따뜻한지..
그분들과 만나서 벌어지는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을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어르신들은 모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분들을 만날 기쁨에 입꼬리를 올리며 틈만 나면 그분들을 위한 준비를 한다.
나는 종종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놀라곤 한다.
그들의 말에 자주 아이같은 순수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아, 누가 평지풍파를 모두 버틴, 나이먹은 사람이 순수하다고 생각하겠는가.
어쩌면 그분들은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 그분들 자체는 서로 이가 얽히지 않았기에 나이와는 상관없이
그다지도 순수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분들이 무사히 졸업을 마칠 때, 졸업 기념으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자고 했다.
신이 난 어르신들이 매주 자신들의 육필이 담긴 글들을 소담히 보여주신다.
참, 신기하다.
그분들의 글은 너무도 진솔해서,
너무도 순수해서,
너무도 두터워서,
나는 그들의 글에 진실한 눈물이 난다.
20151120 0003.
학습을 위한 준비를 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