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생각과수필] 대봉감 먹으러 왔지
새벽3시.
2019. 7. 10. 15:34
어제 아빠와 통화를 하는데
"대봉감이 지천인데 언제 와서 먹니 그래?"
기말준비로 한창인 나는 그 말에 와락 부담이
느껴졌다.
"나 기말셤 기간이야. 십이월 중순에나 갈게..."
아버지는 말이 없다.
추석이 지나고 이때껏 내려가지 못 한 미안함과
아버지의 보고싶단 말대신 핑계삼는 대봉감
이야기에 먹먹해져 나는 강의를 마치자마자
시골집으로 달렸다.
"아니 못온다더니..."
말은 그러해도 이미 아빠 얼굴 가득 하회탈이다.
"대봉감 먹고싶어서."
나도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연신 방글거리며 어두운 밤임에도 나무에서 바로
딴 대봉감을 씻어 내신다.
하나, 둘, 셋... 여덟.
"많이 먹어~"
그렇다고 새벽 한 시에 여덟개를ㅋㅋㅋ
하지만 아빠의 마음이 고마워 남자어른 주먹보다
큰 놈을 세개나 먹었다.
나무에서 바로 딴 감은 어디서나 맛 볼 수 있는
그런 감이 아니다.
다 먹을 때까지 자신은 여전히 젊다는 듯
형체를 그대로 유지하며 탱글하고 쫀득한 식감과
그 형용할 수 없는 달콤함이 꼭 이십대 중반의
꽃같은 여인같다.
아. 감꿀이란 말이 딱 어울리리라.
아빠. 사랑해요.
그 맘을 자주 잊고 살아서 미안해요.
그리고 늘, 고마워요.
20151122 0202
평택집 안방 침대에 누워 흐뭇하게.
아빠는 아빠방 침대에 누워 흐뭇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