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첫 눈
새벽3시.
2019. 7. 10. 15:49
첫 눈 (15년 겨울이 오다)
창가에서 단풍을 내려 보다가
문득문득 곁으로
한송이 두송이 날아들었다.
짙은 가을,
세상이 온통 붉은 밭으로
잘못 밟으면 이스러질 불안함이
가득한 시간.
어디서 시작 되었을까
보드랍고 포근한 것이
포솔포솔 나를 찾아 오기까지.
살며시 들어올린 손 위로
처음 내비치는 하얀 속살은
수줍어 가만히 앉는다.
뜨거워라.
한 점 한 점 앉는 곳마다
작은 뜨거움이 스미는 새
소매깃은 첫눈의 흔적이 흥건하다.
창고에 가서 찾는다.
어딨더라, 작년에 쓰던 난로가.
20151126 2211
계절이 또 지나가네요.
오늘 방배동에 눈이 내렸어요.
눈만 보면 한겨울인 줄 알만큼 많이 내렸죠.
펑펑~ 함박눈이 내렸어요.
사진 속 창 아래는 아직도 무르익은 가을이건만
아기처럼 귀엽게 날아드는 첫 눈은 곰살스럽게 가을에게 다가가네요.
'엄마, 이제 내가 여기 앉을래. 그러니까 일어나.'
저는 단풍이 풍성한 가을을 응원했어요.
아니, 처음엔 '아직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이 남아있건만, 무엇이 질투나서 벌써 왔냐'고 했다가
귀여운 첫 눈의 애교가 손에 닿자 나의 투정은 그새 녹아버렸죠.
아, 계절은 이렇게 서로 같이 있는건가보다.
지금처럼 가을과 겨울이 같이 있다가
겨울이 더 커버리면 가을은 어미거미처럼 죽는거구나.
그러면 나도 줄을 서야지.
하며 히터를 꺼냈습니다.
나의 15년, 겨울 시작. -오늘
안녕, 잘가, 가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