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티씨/내댓말들

[댓글] 사랑의 갑을 관계란

새벽3시. 2019. 7. 10. 15:59

"행복을 찾아서 길을 걷지 않았지

옳은 길을 걷다 보니 행복이 깃들었지

사랑을 구하려고 두리번거리지 않았지

사랑으로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지."

 

박노해의 시군요? 참 좋아하는 시인데ㅎ

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예전에 팔년 구개월을 만난 사람과 헤어질 때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덤덤? 조바심도 없었고 그냥 좀 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죠.

그 사람을 만날 때 누군가가 물었어요. 그렇게 오래 만날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적어도 저는 그 사람을 만나는

그 때까지도 설레고 기쁘기만 했으니까. 그 질문을 받고 가만 생각해보니,

'사랑해서 누가 더 행복한가' 그 건, 저 자신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이 참 고마웠습니다. 제가 사랑을 줄 수 있게 해주어 절 행복하게 했고,

설레게 했고, 기쁘게 했고, 예쁜 생각을 하게 했고, 스스로 반짝일 수 있게 해준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물은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와의 일에서 모든 것은 날 위해서 했다." 고요.

 

남녀간의 사랑만이 그렇지는 않더랍니다. 흔히 선물은 하는 사람이 더 기쁘다는 말이 있지요?

전 그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선물이 진심이라면 줄 수 있어 기쁘다는 걸 알았거든요.

주변에 남들을 위해 봉사나 희생을 많이 하는 자원봉사자나 어머니들을 잘 살펴보면

마음이 더욱 황폐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봉사나 희생이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황에 따라

무의식중에 받기를 원하는 기브앤테이크 속성이 자리하기 때문이에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때 남들을 많이 도운 사람은,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면

자신이 도운 것을 생각하며 큰 실망과 좌절과 지금까지 자신의 선행에 회한을

느끼기도 하고 적의가 생기기도 하죠.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다 크고 자신을 돌아봐주지 않으면

매우 슬퍼하고 공허해하고 인생을 모두 바친 것이 물거품 같아합니다.

(자식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시면서.. << 제가 자주 듣는 말 ㅠㅠ)

 

헌데 조금만 돌려 생각해보면, 도움을 주는 순간, 사랑을 주는 순간, 마음을 주는 순간,

그 순간은 누가 더 따뜻하고 행복하고 기쁘고 빛날까요? 그런 충만함이 가득해지는 것은

아마도 자신일 겁니다.

 

지금 내가 당신께 이런 글을 쓰는 순간도 참 행복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당신은 제게 댓글이 고맙다고 하시지만, 저는 제 생각을 글로 쓸 수 있게 해 준

당신이 너무 고마워요.

 

참 좋은 아침입니다.

 

20151130 0955.

분홍천 -사랑, 문*미

 

#아.. 그러니까요,

결국 사랑에서의 강자는 충만함을 느끼는 자신이란 겁니다.

아픔. 슬픔. 이런걸 떠나서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많은 것을 가진자예요.

사랑을 줌으로 인해 기쁨을 가졌기에 상실했을 때의 슬픔도 강해지는 것이겠죠.

그러니까 사랑으로 아파하는 건 당신이 참 강한 사람이란 겁니다.

그러니까 사랑으로 힘들어하는 건 당신이 참 성스러운 존재라는 겁니다.

베풀줄 알고 나눌 줄 알고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