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세상은 하얗고 하늘은 파랗고 노을이 붉은날

새벽3시. 2019. 7. 11. 11:39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요.

 

우리가 지나간 길 위에

그대의 흔적은 하나 뿐.

한 쪽은 눈 속에 가려졌나요?

아니, 눈처럼 하얀가요?

 

우리는 손을 잡고

포개어 걸어요.

 

가까웁게 맞잡은 손에

시리도록 따뜻한 온기.

한 손은 왜이리 차가운가요?

아니, 어째서 푸른가요?

 

우리의 두 눈에는

서로가 그려져요.

 

그대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은 검은다이아.

두 눈이 이토록 어두운가요?

아니, 왜 나는 검은가요?

 

20151204 1938.

눈 쌓인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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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앞집에 큰 불이 나서 매일 뵙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그리고 다음날 그런 소동은 잊은 듯, 고요하고 아늑하게 종일 눈이 내렸다.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속, 일체감을 느끼던 충만함, 같은 것을 바라본다는 믿음.

하지만 그런 것 같다가도 길을 달리하는 우리네의 생이 참 서글퍼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