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흔들린 사진

새벽3시. 2019. 7. 11. 11:59

에이 흔들렸잖아.

 

사진을 찍고 흔들리면 다시 찍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순간은 다시 찍을 수 없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말하는 결정적 순간은

정말로 순간이기 때문이다.

 

에이 흔들렸잖아.

 

다시 피사체를 그 자리에 세우거나

다시 그 전경을 찍을 때는

사진을 찍는 나도 담기는 너도 이미 그 순간이 아니다.

지나가버린 것이다.

 

에이 흔들렸잖아.

 

어쩌면 나는 그 순간 매우 바빴을지 모른다.

또는 아주 긴박한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너무나 아픈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에이 흔들렸잖아.

 

무수히 많은 사진들을 흔들렸다는 이유로 지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건 그것대로 내버려 둔다.

가끔은 내게 흔들린 것들을 왜 그대로 두는지 묻는다.

흔들렸으니까 그대로 둔다.

 

에이 흔들렸잖아.

 

때로는 흔들린게 더 아름다운 것들도 있다.

빛바랜 기억처럼 뿌연 모습은 포근하기도 하다.

어느 것들은 자세하지 않아서 괴롭지 않다.

흔들려서 좋은 것이다.

 

20151209 2148.

지나가던 길,

플라타너스 잎의 번져가는 정체성 분명한 색상이 참 좋아 찍었는데

흔들린 것이 아쉬운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