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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및 나만의 해설 : 욕망하는 것으로 향하는 길] 푸른밤 - 나희덕

새벽3시. 2019. 7. 11. 15:10

욕망하는 것, 바꿔 말해 내가 추구하는 이상향, 목표, 희망, 기대 이러한 것들은

무수히 막다른 길에 막히고 좌절하며 아파하고 깨지고 고통받아가며 이루어진다.

어쩌면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삶이라는 항해 속에 맞이하는 불가결 요소인지도 모르겠다.

나희덕의 이 시를 읽을 때 나는

사랑의 상처로, 던져버리고 싶은 욕망하는 것으로부터 오는 고통에 많이 아픈 때였다.

그래서일까, 오래 전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히 이별 후의 애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시 전문-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많은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나희덕, 「푸른밤」

 

여기서 화자는 본인 자신이다.

화자는 '너'라는 대상을 설정해 나의 욕망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너'는 시집 전체에 상직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요소인데,

이는 '욕망, 목표, 희망, 기대'등으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화자는 욕망하는 것을 위해 수 없이 길을 걸었다고 했다.

화자는 자신이 욕망하는 것, 기대하는 것, 목표로 하는 이상향으로 다가가기 위한

방법과 방향을 '길'로 비유했다.

 

2연은 전체가 이미지화 되는 연이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가을날 혼자 걷는 밤에 바라본 별이나

길가에 흔들리고 있는 코스모스가 연상된다.

또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의 '별'이라는 것은

화자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인 것이다.

어쩌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목표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이는 "네 머리위에서 반짝였다"고 바로 뒤에 표현했기 때문이다.

시인의 길이 화자가 욕망하던 것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열릴 것 같지 않은 시인으로서의 길이 까마득한 밤처럼 답답하고

그럼에도 화자는 하나, 둘 이렇게 차곡차곡 글들을 써왔으리라.

그리고 그 글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 선명한 이정표가 되어

지금의 시인이 서있는 길 위에 떠서 반짝였으리라.

 

또한 좌절하고 실망하면서도 한숨 한번 쉬고 사박사박 가슴에 삭히는 노역의 감정들이나

아무도 아무러하지 않는 일들을 보며 혼자 웃고 울고 감동받으며 내 뱉는 작은 숨결들(글들)이

꽃처럼 모여 닿고자 한 그 길에서 향기를 뿌리고 있을 것이다.

 

이 시에서 전체적인 화자의 어조는 담담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바라보며

어떠했는지를 회고하는 느낌이랄까.

 

이 시는 현재 내가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대체 이렇게 살아서 답이 나오나, 끊임없이 회의감이 들고,

어쩐지 내가 욕망하는 것엔 근처도 못가고 빙빙 돌기만 하는 것 같아 답답한 내게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 말하다시피 어쩌면 화자처럼 나도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내가 욕망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