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생각과수필] 귀소본능
새벽3시.
2019. 7. 15. 15:44
한시, 이제 막 퇴근하려는데
엘리베이터에 어떤 남자가 쓰려져있었다.
너무놀라 물러서서 보니 윗옷은 가지런히 접어두었고 가방도 한 켠에 둔 것이
취해 잠든 것 같았다.
나는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만가만 생각해보아도 이 빌딩엔 주거하는 곳이 없는데 이사람은 어째서 이곳에 누워 곤히 자고 있을까.
잠시동안,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한발을 들이다 멈춰진 그 상태로 서서 이 자를 내려다보았다.
무엇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것일까.
딱한 사람.
이 사람은 매일같이 이곳을 왔겠지
그리고 집보다 더 오래 이곳에 머물렀을 것이다.
한달 두달이 아니라 일년, 이년, 삼년
사람의 습관이란 참 묘하지 않은가
매우 지긋지긋 했을지도 모르는 이곳으로,
늘 벗어나기를 꿈꾸던 직장으로,
만취 중에도 돌아오게 하니 말이다.
아주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나는 그를 내버려두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당직 중인 동료를 불렀다.
동료가 경찰에 신고하는 소리가 귓등을 스치고 번져나갔다.
아주 편안히, 몸을 뒤집어 얼굴을 내민 이 자를 보니 웃음이 났다.
딱하기도 하지만 한편은 얼마나 다행이냐, 무의식마저 이끌어다 준 곳이
하필 직장인 것이.
하필
20160729 0303.
집에와서 씻고,
완벽히 불금을 보낸 그 자는 경찰의 보호아래 무사히 귀가했을까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