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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주정

새벽3시. 2019. 7. 15. 17:08

술을 진탕 마시고
둥둥 미끄러지는 기분은

갑자기 다가온 겨울 찬기가 불에 데인듯
이세상의 모든 소음이 아울거리는 웃음처럼

나는 방어벽을 꽉꽉 메우고
궁그런 구름속에 갇힌듯이

아무 형체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개미굴을 그저 스치며 구경하듯이

술운 진탕 마시고
갈지자가 가장 묘한 문자라며.

20162313
홍대역에 내려서.

임시 주차장 같은 책상들과
입때껏 본적 없는 인형극과
다른 세상처럼 들뜬 웃음과
관심없는 눈빛들이 난무한
시커먼 새빨간 것들이 잔뜩하고
무질서한데 나름의 규칙을 찾아보고 싶은이호선 개미굴을 갈 지자로 뻗어 나오며

이 글을 쓰는 건
단지 꼴보기 싫어서라고
앞을 보지도 않고 고개숙여
글만 치고 걷는 꼴이란
내 삶에 십할같은 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