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송금
새벽3시.
2019. 7. 15. 17:14
당신과 만난 이날은
쪽빛 한 술 듬뿍 넣은 우유 위로
얕은 먹구름 흩어지는 사월처럼
당신과 만난 이날은
사붓사붓 흔들리는 슬바람이
솟구치는 뜨거움을 재우는 칠월처럼
당신과 만난 이날은
거리거리 알 수 없는 발걸음에
하늘로 쏘아 올린 갈잎의 시월처럼
당신과 만난 이날은
어둑히 조용해도 가만 귀를 들여야
눈발의 춤을 볼 수 있는 일월처럼
당신과 만난 이날을
잊을 수 있는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것은
아직 못 다 부친 동전이 내 주머니에 남은 까닭으로
당신과 만날 이날은.
20170302 1954
방배 오컬에서 부채에 대해 생각하다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때까지
나는 둘 중 하나였다.
최선을 다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그런데 한번은 그러지 못해서 마음을 빚 진 때가 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싶어서
후회가 밀려 올때도 있다.
어쩌면 그 후회는 빚을 더는 수단인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해서 사람을 좋아할 수 없는 건
자신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매우 미안한 일이다.
한번씩 두번씩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 마음에도 그 사람 마음에도 빚을 남긴다.
나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아서
그 사람을 속이는 게 되어서
좋아하면서도 실컷 좋아하지 못해서
빚으로 남아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