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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검소(儉素)하라

새벽3시. 2019. 7. 15. 17:46
민(民)을 사랑하는 근본은 절용(節用)에 있고,
절용의 근본은 검소(儉素)에 있다.
검소한 뒤에라야 청렴(淸廉)하고,
청렴한 뒤에라야 자애(慈愛)로울 것이니,
검소야말로 목민(牧民)하는 데 가장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목민심서(牧民心書)의 12편 중 1편 부임(赴任)에 있는 한 구절이다.

 

 

"사치스럽고 화려하면
싱긋 웃으며 '알 만하다.' 한다."

 

 

 

문득 이 구절이 생각난 것은,
지금이 대선 기간이기 때문인 것인지,
내가 태어난 이래로, 나라의 일이 평안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매번 대선이 있거나, 총선이 있거나, 보선이 있을때마다 이 구절을 빌어서 경고 하고 싶다.

 

 


거리의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식자(識者)들은
더럽게 여기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어리석은 자는 학식이 없어 산뜻한 옷에 고운 갓을 쓰며,
좋은 안장에 날랜 말을 타고 위풍을 떨치면서
세상의 위세와 서슬을 마음껏 드러내고자 하지마는,

신관의 태도를 살피는 아전은 먼저 그의 의복과 안마(鞍馬)를 묻되,
만약 사치스럽고 화려하면 씽긋 웃으며 '알 만하다'하고,
만약 검박하고 허술하면 놀라면서 '두렵다'하는 줄은 모른다.

어리석은 자는 착각하여 남들이 나를 부러워한다고 하겠지만,
부러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미워하는 것이다.


정약용의『牧民心書』제 1편 赴任, 治裝條 中

 


내가 이 것을 소개하는 것은, 나에게 하는 다짐이고,
매번 선거때마다 '국민(서민)을 위한, 국민(서민)에 의한'을 외치는 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것이다.
서민의 삶을 살아본적이 없기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그릇 된 말이다.
그 옛날에 세종대왕도, 정조대왕도 정약용 선생님도
서민의 삶을 살았기에 그 비천함에서 나오는 설움을 이해하고 보듬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필요한 것은 그들을 위하는 마음인 것이다.
나라의 민초들을 위해서 나서겠다는 그들이, 일말의 위하는 마음이 조금씩이나마 누구에게나 있었다면
나라의 꼴이 지금 이만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목민심서는 흔히 정치인들의 입문서와 같다.
그러나 목민심서의 그 뜻을 되씹고, 새겨서 실천한 정치인은 얼마나 될까?
최소한 한 구절이라도 신념으로 삼고 나아가려는 인물은 있을까?
소위 목민심서를 읽었다고 하는 자들의 말을 들어보건데,
개탄스럽게도 목민심서의 '글자'만 읽은 것이거나
넓고 얕은 지식을 위한 '요약본'을 본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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