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수필] 지움
어떤 것을 완벽하게 지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버려둔다.
어느 때는 가만보면, 나는 애써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잊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난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별 쓸 데도 없으면서 시간을 소비해가며 그것에 대한 잔상을 찾는다.
그러나 이상하게 찾고 나면 다시 무심해진다.
지우지는 않지만, 넘어가고 덮어버린다.
잊지 않은 데에 안도하는 것일까?
오늘은 생각지도 않게,
완전하게 내 현실에서 지워져버린 사진을 찾느라 애쓰다가
잊고 있던 과거의 사진을 만났다.
나는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았지만 이미 봐버렸고,
봐버렸으나 스크롤 내리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이미 내 마음에 들어와버려서 나가질 않는다.
그렇다고 애써 내보내고 싶지도 않고, 신경쓰고 싶지도 않다.
추억이란 그런것일까?
매우 악랄했던 어떤 아픔까지도 시간이 지나면,
그 악랄함도 무뎠던 듯이
해무가 잔뜩한 새벽에 시야에 잡히는 것처럼
그렇게 다가올까?
강의를 듣고, 지하철을 타고, 걷고, 떡볶이를 먹고, 화장실을 갔다가,
손을 씻는데 문득
커피를 마시며, 이곳을 둘러보며, 핸드폰을 켰다가 끄고,
자판도 화면도 아닌 그 사이를 응시하다가 문득
어딘가가 쑤시지도, 시리지도, 아리지도 않은게
확실히 상처는 아문 것 같다.
비가 오는
오늘은 그냥 그렇게 문득문득
어차피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면
언제든 그저 그렇게 문득문득
후유증처럼 두는 게 나을 것 같다.
20170417 1922
결국 찾으려는 사진은 찾지도 못하고.
문득문득거리기만 하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