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3시. 2019. 7. 16. 11:16

16년을 운전하면서 처음으로 내 과실이 크다는 생각이 드는 사고를 냈다.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고, 퇴근 직전에 마음이 매우 무거운 일이 생겨 운전중에 나도 모르게 딴 생각을 깊이 한 것 같다.
운전하고 2분만에, 골목에서.
난 사람이 아닌것에 감사부터했다.
아, 왜이랬지 싶으면서도 정신은 계속 딴데 가있고, 죄송하다고 계속 고개를 조아리면서도 눈은 초점이 없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상대 운전자는 마음씨 좋은 분이었다. 대략 과실은 쌍방으로 비슷하게 처리될 것 같았지만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오늘은 나 같은 사람이 많았나보다. 집으로 오는데 나 알채 다섯번의 사고를 봤다.
마지막 사고로 도로에 정차한 두 차를 봤을 땐 피식 웃기까지 했다. 내참, 무슨 심보람.
그 덕에 기분은 약간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히도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나 지금 사고냈어.' 라고 하고 싶은 날이었다.
전화해서 울먹거리거나 징징대거나 짜증이라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호들갑도 없이 지금처럼 무표정하게 덤덤한 내가 이상하게 오늘은 싫다.

아유 조심 또 조심하자.

20160316 2017.
사고처리 1시간, 집까지 1시간 걸려 도착해 안도하고 차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