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일기'는 몰아서 쓰는 맛
[일상] 골목길 봄의 단상
새벽3시.
2019. 7. 16. 11:39
오늘 점심 먹고, 평소 안지나던 비좁은 골목길로 왔다.
비좁은 골목길 어느집 대문에는 강아지가
코를 바짝대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 옆에는 잔뜩 오므려 폭죽처럼 터질 준비를 하는 민들레가 있었다.
"어머, 이것 좀 보세요.
조금 지나면 퐁~퐁~ 별천지겠다."
호들갑을 떨자 강아지가 짖었다.
다시 생각해도 좋은 오후였다.
나는 반쯤은 날아간 이 민들레 갓털의 모습이 완전한 구를 이룬 때보다 좋다.
그들은 너무 질서 정연해서 감히 내가 범할 수 없는, 너무도 우주적인 모습이라 감탄할 뿐이다.
반쯤 갓털이 날아간 민들레는 마지막 남은 앞니까지 손으로 혀로 흔들흔들 빼어 지붕위로 힘껏 던지고 새 이를 달라고 소원을 빌며 지붕께로 얼굴을 들어 헤벌쭉 웃는 딱 그나이쯤의 어린아이 같달까.
그래서 늘 나는 이제 마저 빠져야할 이를 빼는 것을 도와준다. 힘껏불면 아플까봐 살그머니 살살 천천히 호오호. 그래도 악보처럼 날지 않으면 내버려둔다. 내일 또 와서 불어야지.
20160422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