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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나희덕, 그녀에게

새벽3시. 2019. 8. 27. 07:57

며칠 전, 서점에서 사려고 적어놓은 예비 목록을 잔뜩 꺼내와

몇군데씩 읽어보며 나를 미소 짓게 하거나

공감하게 하여 고개가 끄덕여지거나

생각을 더 하게 만드는 시집 여러 권을 사왔다.

 

이것도 그 중 한 권.

시인이 같은 여성이고 어쩌면 지금 내 아픈 마음이

이미 그녀도 느껴온 과정 중 하나라 그녀의 시 속에 녹아 있지 않을까 싶어

선택했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푸른 밤 中

 

 

책은 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그림들과 함께 붙여져 있다.

같은 여자라면 특히나 더욱 끄덕여질 부분들이 많은 시.

아름다운 싯구들. 그리고 감성을 더욱 자극하는 걸맞는 그림까지.

 

책값이 시집치고 싼건 아니지만 충분히 살만 했다.

 

 

------------------------<푸른 밤> 시 전문------------------------------------------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에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20150923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