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詩] 고요히 격렬한 춤을 추네
새벽3시.
2019. 4. 11. 07:32
붉은 입술, 너울대는 머리칼
눈을 적셔 울렁이는 가슴
탁탁 터지는 거친 숨소리
입술에서 흩어진 가파른 향기
왕왕대며 진동하는 눈동자
어둠은 번쩍이는 폭죽전
밝음은 혜성이 남긴 잔상
점멸의 순간마다 타다마는
고적한 그림자
그림자가 떨구는 눈물
숨을죽여 다시 타는 눈물
눈물을 태워 퍼뜨리는 눈부심
혈관으로 스미는 빛발
온색으로 만들어낸 형상
아,
비로소 나
20150509 2348
동생이 만들어준 향초를 바닥에 켜두고 불을 끄고 앉았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불꽃이 흔들거리며 숨을 죽였다 기를 폈다 하며 점멸했다.
점멸의 순간마다 내 그림자의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끌어안은 무릎에 내 심장이 진동한다.
꽉 끌어안자 핏줄이 왕왕대며 온몸으로 부대껴 진동한다.
꼭 불꽃이 흔들리며 만들어낸 어둠과 빛이 진동하는 것과 같이.
춤을 춘다
나를 비춘 빛에 그림자도
그림자를 바라보는 내 눈도
그리고 내 가슴도.
고요한 밤, 어두운 방
그 곳에 기대어 누운 내 그림자는 한없이 초란하고 고단하다.
하지만 이내 심장의 진동에, 너울대는 그림자의 춤에, 눈에 남은 빛의 여운에
나는 여전히 깨어있음을,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고
나는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