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3시. 2019. 4. 5. 07:30

시골집 안방에 누운 게,
정확히는 내 방이었다가 안방이 된 이 방에 누웠던 게
수천 번도 넘는데
오늘 눕는 이 자리는 새삼스럽게 새롭고 설렌다.
이부자리를 봐주러 들어오신 엄마가
심드렁한 듯 별 말 없이 던져놓은 배게 하나가
나를 내내 잠못들고 이런 기분 속을 헤엄치게 한다.

내 옆에 있는 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 여기서 자는거야?"

삼십칠년여간, 바로 지난 잠지리만해도
내 옆에서 잘 수있는 (생물학적)남자로 인정 받은 건 아빠뿐이었다.
그런데 이 배게가 옆에 누운 이 사람을 인정한다.

"그런가봐, 따로 말씀은 없으셨어."
나는 기분이 이상해서 돌아누웠다.
옆에 누운 이가 나를 끌어안더니 속삭였다.
"나를 가족으로 인정해주시나봐. 너무 기쁘다."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지금 내 옆에 아빠 외에 인정 받은 오직 한 사람이 누워있다.

20170910 0124
시골집 안방에서.

-그리고 9/9 오늘은 우리가 손을 맞잡은지 1년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