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생각과시

[시 소개] 마리A.의 기억 - 베르톨드 브레히트(Bertolt Brecht)

새벽3시. 2019. 7. 5. 11:45

지금 읽기 딱 좋은 노래 가사같은 시 한 편.

아니 오늘 낮같은 날씨에 하늘을 보며 읽기에 좋은.

(내 맘대로 일부는 빼버림-_-)

 

 

-마리A.의 기억-

 

푸른 9월 어느날, 말없이 나는
어린 자두나무 아래 그녀를 안았네.
꺼지면 안 될 꿈처럼
창백하고 조용한 나의 사랑을.
머리 위로는 빛나는 여름 하늘
아득히 높이 새하얀 구름 한 점
내 눈에 오래 머무르나 싶더니
다시 올려 보았을 때는
어느새 사라지고, 거기에 없었네.

 

그날 이후로 많고 많은 날들이
말없이 흘러왔다 흘러갔다네.
자두나무는 땔감이 되었을 테지.
그 애인은요 하고 누가 물으면
나는 기억이 안난다고 대답하리.

 

(중략)

 

그날 거기에 구름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녀의 키스마저 잊었겠지만
그 구름은 언제나 기억날테니
하얀 눈처럼 흘러흘러 날아갈 뿐이다.
어쩌면 자두나무는 매년 꽃을 피우겠지만
어쩌면 그녀는 일곱번째 아이를 가졌겠지만
눈구름 꽃이 핀 것은 잠시였을 뿐
다시 올려다 보았을 때 사라지고 없었네.
바람과 함께.

 

 

20150920 1627

#타인의 삶이란 영화에서 비밀경찰인 비즐러가 시인 드라이만이 선물받은 브레히트 시집을 훔쳐 읽는데

그때 이 시의 일부가 소개되었다. 아마도 그 덕분에 브레히트가 잠깐 관심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그 덕분에 이 시를 아는 사람은 조금 더 많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