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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光火聞-추위는 갈 데가 없다
    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12

    가만가만히 귀를 기울여도
    라디오 방송은 들렸다가 말았다가
    아직은 저녁이 이른지라
    앞에 선이의 앞섶은 향기를 내고

    바람 없이 부는 추위에
    달리는 바퀴도 잔뜩 움츠러 덜컹이는데
    광화문 광장에 벌써 모인 사람들은
    손마다손마다 가득가득

    내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어두워졌다
    다시 붉어졌다 어두워졌다
    눈이 시려서 질끈 감고 있다가
    다시 창밖을 내려다본다.

    봄은 깨지는 얼음의 나른한 고통
    여름은 타드는 잎새의 싱그러운 상처
    가을은 자신을 허무는 나무의 소란한 고독
    겨울은 추위에 사르는 노을의 스며드는 비명이다.

    그러나 누가
    그리고 누가
    그들의 침묵하는 외침을 듣는가

    광화문에서 내린 만큼 오른 사람들이 홍대에서
    내린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올라
    아직은 깊은 밤이 이르지만
    앞에 선 이의 온몸은 흥기운을 돋고

    창밖은 하늘을 뒤덮고 타올라
    손을 얹자 내 손에도 가득가득
    걸음걸음마다 들숨날숨마다 거리에도 들어서서
    한기는 바람도 없는데 간 데가 없다.

    20170107 1826
    광화문을 지나며


    한국의 여러 날들은 대체로 뿌옇고, 매캐하고, 따갑다.
    그런 여러 날들 가운데 유독 황혼이 아름답던
    종로에서 광화문을 지나 홍대를 지나 양화대교를 건너던 날.

    - 촛불집회가 있는 토요일이었다. 모임을 마치고 다음 일정이 있어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고,
    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치는 내내.
    내 얼굴은 빌딩 사이사이로 켜들은 노을로 얼굴이 붉어졌다가 어두워졌다. 내 마음도 붉어졌다 어두워졌다.
    홍대에서도 리듬을 타듯, 춤을 추듯 촛불도 사람들도 그렇게 걷고 외치고 있었던 날이다.

    *光火聞은 내 멋대로 쓴 한자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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