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
[詩] 달손님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5:07
아까는 세줄기 전깃줄에 걸려 있더니 자정이 넘어서는 처마에 내려 앉아 곤곤히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모든 늙어가는 것이 숨만 쉬는 새벽 환하게 웃고 있는 기운에 깨어 올려보니 하염없이 내 얼굴을 어루고 있었다. 모든 짙어가는 것이 잠든 밤 다시 잠들면 어느새 떠날까 눈만 깜막깜막 한다. 이불 속에 포갠 손은 꺼내지 않은 채 봄바람이 살랑거리듯 나를 대하는 그 모습만을 이불에 가득 담는다. 20150927 0054 자다 깬 새벽, 추석이라 대보름이 뜬 밤 밤산책때엔 세줄기 전깃줄 사이에 걸터앉은 것 같던 달이 처마끝에 걸려 창을 통해 환한 달빛이 내 얼굴과 가슴과 이불에 들었다. 그리고 덩달하 하늘도 깊고 푸른 바다같은 빛을 내어 참으로 아름답던 밤. 아마도 나는 너무 환한 달빛에 눈이 부셔 깬 것일 게다.
-
[詩] 한가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4:39
한줌 가냘픈 처녀가 시원한 바람 새로 샌노란 웃음 띄며 새벽녘에 떨어진다. 젊디 젊은 처녀야 땀식는 바람 감아온 네 이름은 처서로구나. 낮동안 땅 뒤에 숨어 햇볕을 마음껏 느끼려무나. 알알이 터지는 나락처럼 네 몸과 마음도 사랑으로 짙게 여물어 갈게다. 처서야, 해를 감싸 두른 별이 몰려옴을 불안해 말거라. 어느 별이 반짝인들 네게서 뿜어지는 미모만 하겠느냐. 어둠이 가실즈음 네 얼굴 아래 이슬이 또랑또랑 맺혔구나. 어느새 내려앉은 이슬마저 농염한 여인의 모습일뿐이로세. 햇볕에 부끄러워 땅 뒤로 숨바꼭질 하던 처서야 오호라 잘 여문 여인되어 해를 쫓는 백로가 되었구나. 해를 쫓아 따르기를 여덟달, 한껏 몸이 불었구나. 부푼 배가 겨워 밤하늘에 기대 누운 사이 해는 온기 없이 서늘함만 남기고 떠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