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
[생각과수필] 내 책상의 가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0. 11:12
지난 주 월요일의 일이다. 막 출근한 내게로 동료가 천천히 다가왔다. 내 앞에 멈춰 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물거리더니 주먹을 쥐어 내 앞으로 손을 뻗었다. 나도 그를 올려다보며 손바닥을 펴보여 내밀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내 손바닥에 자기 주먹을 올리고 살그레 손가락을 폈다. 약이 오른 갈빛의 도토리 다섯 알. 꽁지 끝을 타고 올라온 붉수그레한 빛이 묘하게 연갈빛으로 옅어지는 귀여운 모습.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내 표정을 보고는 마른 걸음으로 돌아돌아 자기 자리로 갔다. 나는 도토리 다섯알을, 한 달 전 종이컵에 아무렇게나 꽂아 놓은 포도뼈 아래 올려 놓았다. 꼭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때가 있다. 고개를 들면 언제는 내 책상에서 가을을 만날 수 있고, 나는 그의 고마운 마음을 생각한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