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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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가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4:39
한줌 가냘픈 처녀가 시원한 바람 새로 샌노란 웃음 띄며 새벽녘에 떨어진다. 젊디 젊은 처녀야 땀식는 바람 감아온 네 이름은 처서로구나. 낮동안 땅 뒤에 숨어 햇볕을 마음껏 느끼려무나. 알알이 터지는 나락처럼 네 몸과 마음도 사랑으로 짙게 여물어 갈게다. 처서야, 해를 감싸 두른 별이 몰려옴을 불안해 말거라. 어느 별이 반짝인들 네게서 뿜어지는 미모만 하겠느냐. 어둠이 가실즈음 네 얼굴 아래 이슬이 또랑또랑 맺혔구나. 어느새 내려앉은 이슬마저 농염한 여인의 모습일뿐이로세. 햇볕에 부끄러워 땅 뒤로 숨바꼭질 하던 처서야 오호라 잘 여문 여인되어 해를 쫓는 백로가 되었구나. 해를 쫓아 따르기를 여덟달, 한껏 몸이 불었구나. 부푼 배가 겨워 밤하늘에 기대 누운 사이 해는 온기 없이 서늘함만 남기고 떠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