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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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팔짱끼는 걸 싫어하는 이유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1. 15:42
언제부터 팔짱끼는 것을 두려워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팔짱을 끼는 게 손을 잡는 것 보다 더욱 좋다는 사람에게 격한 거부감을 나타낸건 왜일까? 호주머니에 손을 구겨넣은 모습을 극도로 싫어하며 팔짱을 끼지 않은건 왜일까? 그냥 원하는대로 해줄 수 있었건만 대체 왜 이다지도 팔짱 끼기를 싫어하게 됐는지 생각해볼수록 의문이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두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게 너무나 방어적이고 벽을 친 기분이라고 했다. 팔짱을 끼는 것은 매우 일방적인 느낌이라고 했다. 그 사람은 내게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은 버릇일 뿐이라고 했다. 손깍지를 끼는 것은 자신의 손에 땀이 많아서 느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 사람은 이유가 분명했건만, 나는 그 사람을 밀치고 '그럼 각자 걸어!' 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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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발, 낡은 구두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4:17
옛것을 보낸다... 이 말이 매우 공감이 가네요. 옛 것을 보내는 기분. 저는 신지도 못하는데 오랫동안 보관했던 구두 한켤레가 있어요. 오랜 시간을 끌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에는 그것을 보내줘야한다고 생각했죠. 젊디 젊은 날, 온몸으로 나와 함께 고생을 버텨 준 구두라 쉽사리 버릴 수 없었어요.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오직 그 구두와 함께 했고 또 그 구두는 제가 가면 가는대로, 멈추면 멈추는대로 같이 있어줬지요. 밑창은 수도 없이 수선했지만 너무 낡아서 옆구리가 심하게 헤져 더이상 수선이 안될 즈음 저는 새로운 구두를 샀고 그 구두는 신발장 한 구석에 있다가,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가, 이제는 보내고 없답니다. 하지만 그 구두 이후로는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구두는 없게 되었네요. 지금 그 구두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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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꽃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2:17
꽃 나는 매주 꽃을 산다. 매주 월요일에 꽃을 산다. 어쩐일인지 이번주엔 사지 않았다. 아마 다음주에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매주 오천원을 주었다. 매주 월요일에 오천원을 주었다. 어쩐일인지 이번주엔 주지 않았다. 아마 다음주에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내게 월요일이냐 물었다. 내게 왜 꼭 월요일이냐고 물었다. 어쩐 일인지 이번주엔 가지 않았다. 아마 다음주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 오늘 다른 길을 지나치다가 돌아서서 오천원어치 꽃을 샀다. 어쩐 일인지 전처럼 예쁘지 않아서 아마 다음번에는 사지 않을 것이다. 20150905 2211 ------------------------------------------------- 아마도 그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를 만나고 매주 오천원어치의 꽃을 샀다. 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