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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 가냘픈 처녀가 시원한 바람 새로
샌노란 웃음 띄며 새벽녘에 떨어진다.
젊디 젊은 처녀야
땀식는 바람 감아온 네 이름은 처서로구나.
낮동안 땅 뒤에 숨어 햇볕을 마음껏 느끼려무나.
알알이 터지는 나락처럼
네 몸과 마음도 사랑으로 짙게 여물어 갈게다.
처서야,
해를 감싸 두른 별이 몰려옴을 불안해 말거라.
어느 별이 반짝인들
네게서 뿜어지는 미모만 하겠느냐.
어둠이 가실즈음 네 얼굴 아래
이슬이 또랑또랑 맺혔구나.
어느새 내려앉은 이슬마저
농염한 여인의 모습일뿐이로세.
햇볕에 부끄러워 땅 뒤로 숨바꼭질 하던 처서야
오호라 잘 여문 여인되어
해를 쫓는 백로가 되었구나.
해를 쫓아 따르기를 여덟달, 한껏 몸이 불었구나.
부푼 배가 겨워 밤하늘에 기대 누운 사이
해는 온기 없이 서늘함만 남기고 떠났구나.
해가 야속하여 우는 백로야,그래 힘껏 울거라.
해의 뜨겁던 사랑이
네 눈물로 식어질 수 있도록 울거라.
네가 울고나면 검게 타던 나락도,
너의 가슴도 황금빛이 될터이니.
백로야,
사랑끝에 네 품으로 가득 부푼
이녀석의 태명은 한가위가 좋겠구나.
한가위야 한가위야,네 어미는 날로 불어나는 몸을
가눌 수 없어 별들에 기대 있는 백로.
두달 석달... 만달이 되어,
태어날 너를 만날 희망으로 형형히 빛나는구나.
한가위야 한가위야
너는 태명처럼 짙게 익은 여름 끝의 큰 중심.
곧 하늘을 비집고 나올 너의 이름을 내 지어주마.
해의 아들이니 아비 못지 않게 환할 것이고어미의 기운을 닮아 청명 것이며
태명만큼 클 것이니 보름달이 좋겠구나.
너는 어둠의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환하여
모든이가 우러르는 제왕이 될 것이다.
한가위야 한가위야,
아람부는 몸을 이끌며
밤마다 맺혀놓은 백로의 기도처럼,
풍성하고 반듯한 둥긂으로 태어나
첫 울음이 아닌 큰 미소로
풍년의 소원을 환히 채워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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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처연한 모습인것은, 달이 차게 느껴지는 것은 해의 뜨겁던 사랑의 아픔때문이 아닐까?
그 아픔에 다시는 해를 마주하고 싶지 않은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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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추석이다. 우리말로 '한가위'
처서에는 비가 오지 않아야 곡식이 알을 품고백로에는 비가 와야 작물이 타지 않는다는데
이번 처서와 백로는 반대로 되었다.
울고 있는 농민의 마음에
한가위 보름달인들 반가울까..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풍요의 상징인 한가위 보름달.
한가위에 뜨는 보름달은
초승달이 품은 사랑의 결실처럼
해 못지 않게 크고 환하다.
우리는 한가위에 뜬 풍성하고 넉넉한
보름달을 우러보며 소원을 빈다.
남은 작물에 풍요를 달라고.내년엔 흉년이 아닌 풍년을 달라고..
그리고 내게 결실이 될 사랑을 달라고..
20140907'텍스트 > 생각과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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