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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욕심의 그릇텍스트/생각과시 2019. 4. 10. 07:30
얼마전, 세면대에 물을 받다가 '채움과 비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릇은 왜, 물을 모두 받으면 게워버리려 하고
물은 어째서, 더이상 그곳에 머무르려 않고 흘러버리는 것일까?
애초에 그렇게 게워버리 듯 비우고자 했다면 담지 말았어야하지 않을까?
물도 이다지도 미련없이 흘러버릴 것이었다면, 애초에 담기지 않았으면 될 게 아닌가..
어째서 이 둘은 채웠다가 비웠다 하는 번거로움을 반복하는 것일까?
생각은 끝이 없었다.
물론, 과학적 사고로는 충분한 답을 얻겠지만 내가 바란것은 그게 아니다.
그래도 이 생각으로 작은 소득은 있었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흐르는 물도 비우려는 그릇도,
그러한 물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한번 담아보고 담겨본 것들이란 것.
내가 오늘 들은 어느 독자의 메세지는 위 생각과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다.
다 채우는 것도, 더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고 떠나려는 것도,
비우고 새 물을 받고자 하는 것도 모두 그들이 가진 욕심때문이다.
그릇이 물을 가득 담고자 하는 욕심을 조금 버렸다면,
후에 다른 것을 더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이 물을 담는 그릇과 같다.
무한정 담고자 하고, 새로운 것을 탐한다. 하지만 크기는 한정되어 있기에
탐하는 것을 담고자 기존의 것을 비우려다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악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자신을 속이기도 하는 것이다.
비워야 할 때는 더이상 담을 곳이 없어 새것을 담기 위함이 아니라
그 물이 필요한 곳이 있을 때 비워야한다.
바꾸어 물이란, 나의 관심, 사랑, 온정, 베품, 봉사, 희생, 기부와 같은 것이다.
봄비가 겨울을 지나 바짝 마른 나무에 새싹을 틔워주 듯 적절한 곳에 비워야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비우는 것은 욕심이다. 싹이 틀 수 있게만 도와야한다.
너무 많은 비는 오히려 여린 잎을 상처내고 짓무르게 하며
얼게 만드는 슬픔과 고통, 좌절을 만들 것이다.
나에게 묻는다.
나의 그릇은 어느 정도 물이 차있는가?
나는 얼마큼 더 채우고 얼마큼 비워냈는가?
내가 채운 물은 정당한 것인가?
내가 물을 비운 곳은 적절한 곳이었나?
2015051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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