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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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시절(時節)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0. 15:26
여름 내내 비가 오지 않아 마른 장마라고 하던 그 때. 타듯이 나부끼던 잎새처럼 너를 향한 나의 여름은 너를 등지고 비추던 때였다. 떨어지는 노을조차 슬프지 않은 시절. 너의 빛나는 눈빛에 석양은 붉게 물들고, 너의 미약한 웃음에 후덥던 바람도 흘렀다. 열나흘 그침없이 내린 비에 가을장마라고 하던 그 때. 비 사이에 마주한 입김처럼 닿지 못하고 하얗게 흩어 소리없이 떠나던 때였다. 떨어지는 뜨거움이 서럽기만 한 시절. 천천히 내리는 비는 너의 발걸음이 되고, 뿌옇던 앞을 감싸고 물길을 내어 흘렀다. 창문을 열어보았다 닫고 창문을 열어보았다 닫던 그 때. 고개를 들면 뚝뚝 흘릴 것처럼 울음을 가득 머금은 하늘이 몰래 해를 보여주던 때였다. 떨어지는 잎새들이 함박눈 같은 시절. 상처없는 낙엽 하나 책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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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낙엽을 모아 불쏘시개 잡고 무덤 속 관은 땔감으로 써서 둥그런 아궁이 앞에 둘러 앉아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세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0. 10:59
오후의 태양은 숨이 가쁘게 붉구나. 그에 시기로와 분연히 이는 바람은 석양의 붉은 꽃을 덧없이 흐튼다. 산산이 퍼지는 꽃잎들이구름위에 앉아 표표히 세상을 구경하며 꼬리를 내다가 자기 발에 걸린 나무를 비추어 보더니 추위가 곧 올까 놀라와 구름만 남긴채 아래로 아래로 땅 아래로 무덤을 짠다. 스르렁스르렁 울지 말아라 바람아. 그래도 구름은 얼지 않는데 그래도 대지는 죽지 않는데 눈이 시게 죽어가는 태양이 달빛을 남겨두었으니 말라버린 잎을 붙들은 꼭지나 떼어버려라. - 낙엽을 모아 불쏘시개 잡고 무덤속 관은 땔감으로 써서 둥그런 아궁이 앞에 둘러 앉아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세. 20151105. 2324. 사진 정리 중 바람 많이 불던 날 눈이 시리게 뜨고 찍은 일몰 사진을 보고. 글쎄, 난 무엇이 그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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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부디, 이별은 겨울에 말해요.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5:17
가을에는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내게서 뿜어지는 이 붉디 붉은 사랑이 당신께 닿지 못하고 흩뿌려지는 것을 당신은 알 수 없어요. 갈바람이 가져온 콧등 찡한 시림이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여 놓고 바닥으로 허공으로 하늘로 흩어져 내 짙은 사랑과 함께 낙엽으로 떨어지겠죠. 가을에는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차라리 마음이 얼도록 추운 겨울에 하세요. 당신과 눈이 내리는날 이별을 한다면 뜨겁게 끓어 넘치는 이내 사랑이 당신의 외면에 부딪혀 불꽃처럼 터져도 하얗게 쌓인 눈 위에 핏빛으로 번질테니 당신은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당신을 이것을 혐오하지 않을거예요. 차디차게 쌓인 눈에 끓던 사랑은 식고 소복소복 내리는 눈에 이내 덮여질테니. 그리고 봄이 온다면 나는 참으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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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그리움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1:54
그제 사 온 시집 중 한 권을 읽고 있는데 어느결에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그리움들이 곁을 찾았다. 그 그리움들에게 고한다. ------------------------------------------------- 어디에 살고 있는지,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 알아도 대체 네 마음에는 무슨 일이 일고 있는지 알 길 없어 나는 오늘도 그리움을 하나 둘 밤하늘로 띄운다. 나도 모르게 여러 그리움들이 뇌리를 켜고 나면 풋한숨을 뱉어내고 도리질 치며 눈을 감아버린다. 어쩌면 나의 후회로 가득찬 한숨이 불어 불어가 내일은 네가 들이켤 한 줌, 숨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켜진 그리움이 짙은 하늘에 총총 박혀가 어둡게 고개 숙인 네 방을 밝혀 줄지도 모르겠다. 이러하든 저러하든, 어찌하든 다 좋다. 나의 이러한 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