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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부디, 이별은 겨울에 말해요.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5:17
가을에는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내게서 뿜어지는 이 붉디 붉은 사랑이당신께 닿지 못하고 흩뿌려지는 것을
당신은 알 수 없어요.
갈바람이 가져온 콧등 찡한 시림이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여 놓고
바닥으로 허공으로 하늘로 흩어져
내 짙은 사랑과 함께 낙엽으로 떨어지겠죠.
가을에는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차라리 마음이 얼도록 추운 겨울에 하세요.
당신과 눈이 내리는날 이별을 한다면
뜨겁게 끓어 넘치는 이내 사랑이
당신의 외면에 부딪혀 불꽃처럼 터져도
하얗게 쌓인 눈 위에 핏빛으로 번질테니
당신은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당신을 이것을 혐오하지 않을거예요.
차디차게 쌓인 눈에 끓던 사랑은 식고
소복소복 내리는 눈에 이내 덮여질테니.
그리고 봄이 온다면 나는 참으로 좋아요.
한바람에 얼어 붙은 눈 속에 엉겨
꽁꽁 숨어 있던 나의 차가운 사랑.
살랑이는 봄바람에 겨워 추위는 풀리고
사랑도 이내 눈과 함께 희석되어
강으로 바다로 흘러 퍼질테지요.
나는 나는 봄이 오면
따스한 비와 함께 동상 덴 듯 쑤시던
이 가슴도 씻겨 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당신,
가을에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나를 한계절 알아주지 못하는 마음에
갈바람이 할퀴는 따귀를 맞게 두지 말아요.
부디 이별은 겨울에 말해요.
20141018. 離別後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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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함께 써놓았던 끄적임.
얼마전 주변 사람 한명에게 말했다.
"나는 8년 동안 한 사람의 그늘에 있었고, 이젠 그곳을 벗어났다."
하지만 이 가을의 이별은 쓰리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계절 탓에 더 쓰리다.
가을은 너무도 붉다.
땅도, 바람도, 햇살도, 산도, 옷도, 노을마저....
너무 붉어서 쓰린 상처가 터지는 붉은 가슴은
그저 낙엽진 모습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다.
가을은 이별을 하면 안되는 계절이다.
모든게 허물어져 가는 모습에 나까지 보태어
쓸쓸함을 더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참았다가 차디찬 겨울에 했어야 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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