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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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지나간 계절 (부제, 봄날의 다짐)카테고리 없음 2019. 7. 15. 17:37
비가 여러차례 내리는 동안 목눈이 트고 꽃잎이 피고 나비가 깨어도 나는 눈을 뜰 수가 없다. 사람들 저마다 봄을 맞는 동안 우리집 마당에는 홍매화가 피었다 지고 목련의 수려함도 수그러들고 이내 벚꽃이 활짝 피었건만 나는 앞에 두고도 볼 수가 없다. 두 눈을 뜨면 가까스로 붙잡아 두었던 모습이 꽃잎에 물들어 바래질까 두 손을 펴면 꼭 쥐고 놓지 않던 마음이 봄바람에 실려 날아갈까 두 귀를 열면 귓가를 맴돌던 속삭임이 몽근허공에 아스라히 사라질까 내 마음은 겨울이라 바알간 우체통이 잘 어울리는데 망설이는 동안 와버린 봄에는 이 편지를 부칠 길이 없네 뒤란 쪽문으로 떨어지는 햇살에 어두워진, 장롱 속 상자 곁으로 나직이 놓아두고 언제 부칠 수 있으련가 날짜를 세어본다 겨울은 다시 올텐데 지난 겨울은 아니 오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