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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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물을 싫어하는 것과 남자가 나이가 들 때의 별개의 이야기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1. 11:50
전 '물'로 하는 건 다 싫더라고요. 가끔은 아, 정말 난 전생에 '고양이과' 동물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하며 이왕이면 고양이보단 위용이 넘치고 신처럼 받들던 '조선 호랑이'였거나 어느 게임에 등장하는 매끈하고 날렵하고 단조로움이 아름다운 '검은 퓨마'였거나 그도 아니라면 아주 귀엽지만 깍쟁이 같은 '아비시니안'이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답니다. 전 물로 하는건 다 싫어요. 빨래도, 설거지도, 걸레질도, 심지어 씻는것도!!!! 으.. 인간은 왜 씻어야하나요? 다른 인간과 함께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씻는다 주의였다가 이젠 습관으로 씻는 듯. 하지만 욕조에 몸을 담그는 건 너무너무 행복한 일이에요. 아마도 제가 씻는 걸 극도로 혐오 했던 건 찬물 세례를 받은 어릴 때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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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대봉감 먹으러 왔지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0. 15:34
어제 아빠와 통화를 하는데 "대봉감이 지천인데 언제 와서 먹니 그래?" 기말준비로 한창인 나는 그 말에 와락 부담이 느껴졌다. "나 기말셤 기간이야. 십이월 중순에나 갈게..." 아버지는 말이 없다. 추석이 지나고 이때껏 내려가지 못 한 미안함과 아버지의 보고싶단 말대신 핑계삼는 대봉감 이야기에 먹먹해져 나는 강의를 마치자마자 시골집으로 달렸다. "아니 못온다더니..." 말은 그러해도 이미 아빠 얼굴 가득 하회탈이다. "대봉감 먹고싶어서." 나도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연신 방글거리며 어두운 밤임에도 나무에서 바로 딴 대봉감을 씻어 내신다. 하나, 둘, 셋... 여덟. "많이 먹어~" 그렇다고 새벽 한 시에 여덟개를ㅋㅋㅋ 하지만 아빠의 마음이 고마워 남자어른 주먹보다 큰 놈을 세개나 먹었다. 나무에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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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나는 젊은 아빠텍스트/생각과시 2019. 7. 9. 18:59
올 봄 아빠와 둘이 소주 각 일병 하던 날, 아빠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부도 명예도 갖추지 못했고, 뭐하나 남부럽게 산 건 없지만 딱 하나 자식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건 삶에서 내 스스로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야. 그거 하나면 그래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지. 남들이 나를 괄시하고, 네 엄마를 가난에 힘들게 하고, 네가 나를 미워하는 게 가슴은 아팠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내 삶을 기억하는 순간부터 한 갑자가 지나고 이렇게 보니까 그게 꼭 옳은 삶이었다고는 말할 수가 없더라. 때로는 불의에도 숙일 줄 알고, 때로는 아닌것을 알면서도 편을 들어줘야하고 또 때로는 속일줄도 알아야 했던거지. 네가 내 성격을 꼭 닮아서 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너는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