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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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꽃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5. 17:50
이렇게 비가 소록거리는 날이면 그대를 만나고 싶다. 비를 만나 꽃은 젖고 행객은 우산을 접고 나는 그대 손을 잡고 꽃이 떨어질까 염려하는 사람들은 비를 몰라 그런다 꽃을 안고 온몸을 물들여 함께 세상에 서는 것이다 비가 꽃에게 소록소록 다갛는 날이면 나도 그대에게 다갛아 속삭이고 싶다 그대는 내게 봄이오 나를 그대로 물들게 하오. 20170418 1651 세차지도 않게, 조금은 춥게, 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 비는 꽃을 사랑해서 낭만이 있지만 나는 우산이 없다는게 함정. 비가 다녀간 뒤 꽃잎이 지는 것은 비가 꽃에게 물들었듯이 꽃도 비에 물들어 비처럼 내릴 뿐이다. 비는 꽃이 되고 꽃은 비가 되어 꽃비가 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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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지나간 계절 (부제, 봄날의 다짐)카테고리 없음 2019. 7. 15. 17:37
비가 여러차례 내리는 동안 목눈이 트고 꽃잎이 피고 나비가 깨어도 나는 눈을 뜰 수가 없다. 사람들 저마다 봄을 맞는 동안 우리집 마당에는 홍매화가 피었다 지고 목련의 수려함도 수그러들고 이내 벚꽃이 활짝 피었건만 나는 앞에 두고도 볼 수가 없다. 두 눈을 뜨면 가까스로 붙잡아 두었던 모습이 꽃잎에 물들어 바래질까 두 손을 펴면 꼭 쥐고 놓지 않던 마음이 봄바람에 실려 날아갈까 두 귀를 열면 귓가를 맴돌던 속삭임이 몽근허공에 아스라히 사라질까 내 마음은 겨울이라 바알간 우체통이 잘 어울리는데 망설이는 동안 와버린 봄에는 이 편지를 부칠 길이 없네 뒤란 쪽문으로 떨어지는 햇살에 어두워진, 장롱 속 상자 곁으로 나직이 놓아두고 언제 부칠 수 있으련가 날짜를 세어본다 겨울은 다시 올텐데 지난 겨울은 아니 오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