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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마악 손톱 끝을 곱게 들였는데
바닥은 차지도 않은 달빛에 온통 물들어
깊어진 밤이 밤인줄도 모르게 색색이다.
나는 종종하는 걸음으로 길을 걷다가
나의 그림자가 핏빛 바닥을 기어서
샛바람에 너풀대는 모습을 보았다.
용암에 부어진 듯 끓어 넘치는 발바닥이
녹아 내리는 쇠몽둥이 마냥 질질 흘러서
위로 위로 길게 길게 검은 길을 만든다.
내일이면 발바닥은 탄탄히 굳겠지.
해가 뜨면 검게 탄 길도 지워지겠지.
잠이 들면 깊은 밤도 아침이 되겠지.
20150924. 2335.
요즘 자주 체해서 또 체기가 있기에 밤산책을 나섰다.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보름달인데도
하늘은 밝아 별이 보이지 않았고 바닥은 붉게 붉게 색을 깔았다.
아직 보름달도 되지 않은 달빛에 붉어진 길위에
발을 담그고 길게 그림자를 낸 내 모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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