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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벽(壁)
    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7:20

    내 머리는 백지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이외다

    이제 나는 그곳에 가려하오

    나는 의자를 가져가겠소

    의자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겠소

    나를 바라보는 벽이 내게

    무어라고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지만

    나는 가만히 지켜보겠소

    그렇게 바라보며 생각한다면

    반드시 알 수 있을거요

     

    그 벽은 어둠을 먹고 있소

    텅 빈 방 한가운데 앉은 내가 잘 보이도록

    자신에게 어둠을 빨아들이고 있소

    하지만 내게서 그는 보이지 않는다오

    그래서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곤 하오

    바라보면 한 없이 빨려들 듯 깊은 어둠에서

    나는 무엇이든 알아내고자

    허우적거리는 것 같단 말이오

    맞소, 나는 그 벽에게 무엇이든 알아내려고 하오

     

    그는 내 전신을 보고자 멀찍이 물러나있소

    나는 그를 가까이서 보고자 했는데

    그는 한발짝 물러나

    깊은 어둠에 잠기며 나를 환히 보려하오

    나는 두렵소

    진정 저 벽은 손을 뻗으면 기댈 수 있을까

    그저 나도 긴 어둠에 스며 감춰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렵소

    이 텅빈 방에서 삼발 의자에 앉아

    까딱까딱 오른발을 흔들며

    저 벽이 가진 원래 색깔은 무엇인지

    어둠에 가려진 벽에 누운 그림은 무엇인지,

    어떤 벽지가 도배되어 있는지,

    누가 마구 갈겨 놓은 낙서는 없는지

    궁금의 키가 자라 천장에서 괴괴롭게 고개를 꺾고 있소

     

    나는 일어나겠소

    더이상 이곳에 앉아 있지 않을거요

    나를 바라보는 이 벽은 내가 훤히 보일텐데

    나는 그를 볼 수 없으니 이런 두려움이 또 어디 있겠소

    차라리 나는 일어나 중심을 잃고 기울어 무너지겠소

    어쩌면 이 벽이 빨아들인 어둠은 깃털처럼 푹신할지도 모르오

    어쩌면 이 벽은 어둠끼리 부벼낸 온기로 따뜻할지도 모르오

    아니, 그보다 내가 벽에 닿으면

    그가 내게 가져온 밝은 빛이 그에게도 부셔질지 모르오

    그렇다면 이 지독한 어둠에 허연 수렁이 생길지도 모르오

    마치 이것은 서광 같소

     

    오히려 그 서광에 내 눈이 멀게 될 것이오

    나는 벽에 손을 짚고 먼 눈을 쉬려고 주저 앉아 기댈 것이오

    정말 따뜻하오

    딱딱한 등언저리에 포근함이 몰려와 잠이 오는구려

    나는 그만 한 잠 빠져야겠소

    이제 나는 그만 말을 않겠소

     

    "일어나 이 년아, 6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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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915 0439

     

    (부제 : 불면증)

    나는 불면증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예민한 성격 덕분에 잠을 쉬이 자지 못한다.

    덕분에 나는 어둠을 빨아들이고 있는 벽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생각을 한다.

    저 벽엔 무엇이 있을까..

    저 벽은 내게 무엇을 원할까...

    난 이런 어둠에 무엇을 해야할까..

     

    세상에 온통 불이 꺼지고

    나와 벽 사이에 어둠만이 감돌면

    나는 눈을 빛낸다.

    반짝. 반짝. 그러다보면

    어느새 벽은 더 짙은 어둠이 되어 있고

    내 손과 다리는 밝게 보인다.

    벽은 내게 일부러 빛을 주려고 어두워진 것 처럼

    왠지 내가 벽에 다가가면

    그 벽도 나를 감싼 빛에 같이 밝아질 듯.

     

    그렇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넘고 넘고

    타고 놀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달도 기울고 서광이 비출 때쯤

    포근함과 아늑함에 그리고 따뜻함에...

     

    그리고 화들짝 놀라서 깨지.

    알람소리에 ㅎㅎ

     

    나는 이러고 산다.

    밤마다 벽과 마음을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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