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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모습이 참 우울하고 슬프다.
너무 우울하고 슬퍼서 거울 앞에 섰다.
그런 모습을 서로 마주한다면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님을 알고
위안이라도 얻을 것이리라.
거울의 나는 무표정하다.
이것이 우울함이고 슬픔의 표현인 것인가?
거울 밖의 나는 당혹스러워졌다.
거울 안에서 무심한 듯 한마디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에
나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내 실망하여 흘겨보다가
끝내 고개를 흔들어 떨구고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서러운데 고요한 울음이다.
거울 안의 나도 고요한 것이
이번만은 왠지 나와 닮은 것 같다.
생각해보니 여지껏 내 모습이
꼭 거울안의 내가 아닌가.
거울 안의 나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마음 속에 품은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눈빛만 흔들며 애쓰는 저 모습이 애처러웁다.
입은 꼭 다물고 표정을 보이지 않은채
무수히도 많은 별이 하나 둘 꺼져가 듯
말을 삼켰으리라.
그러나 거울 안의 나는
지금 나를 닮지 않았다.
나는 어쩔줄 모르는 가슴으로
진정을 모른채 타고 있는데
거울 안의 나는 그런 내 모습을
어찌해주지 않고
그저 무심한 눈초리로
그렇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불빛의 깜빡이는 일렁거림에 비친
미간을 찌푸리듯 입가에 미소가 담기듯함에
어루만지려 손을 내밀었으나
거울 속 나는 내 손을 밀치며
손끝에 차갑고 딱딱한 촉감만 남긴다.
거울 안의 나는 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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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7 2057
거울은 현실이 아니다.
거울 안의 나는 내가 아니다.
보여지는 모든것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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