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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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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과수필] 존재와 존재 이유
    텍스트/생각과시 2019. 7. 9. 18:49

    15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내게는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나의 의미'에 대한 것인데

    상대방이 갖는 '나에 대한 의미'와

    내가 갖는 '나에 대한 의미'가 점차 커져

     

    지금은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

    내가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제 2의 질풍노도의 시기가 왔냐?'

    라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처음 '나의 의미'에 대해 곱씹게 된 계기는 너무 단순했다.

    그건 한여름에 만난 한 남자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와 함께 있는 '나'는 '기의(記意)'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나'의 의미는 '기의'보다 '기표(記標)'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것이 괴로워져 '나'라는 존재가 '기의'이길 원하는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저 지금까지 존재해 왔지만 나에게 나란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그저 남에 대한 나의 존재, 나에 대한 남의 존재만 열심히 생각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나와 남과의 사이에서 나오는 의미는 '관계'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나에 대한 '나'의 존재는 관계가 아니다.

     

    이것을 일반적인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몇달에 걸쳐 생각했으나 어떤 말로도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또한 그럴싸 했다가도 이내 동의할 수 없게 되기도 했다.

     

    나란 존재에 대해 느끼고 있는 것은

    숨쉬는 활동, 먹고 마시며 느끼는 미각과 후각의 쾌감

    키보드를 치고 있는 촉감, 햇빛의 눈부심, 아름다운 풍경

    포옹할때 드는 안도감. 각종 감탄, 경이, 놀라움, 분노, 슬픔, 좌절 이런 감정들

    뛰고나면 숨이 차는 것, 심장이 마구 뛰는 것,

    날씨가 추워지자 입김이 보이는 것, 오늘따라 내가 예뻐 보이는 것

    내 손보다 가슴부위가 더 따뜻하다는 것을 안 것

    두툼한 옷을 입으니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은 나를 형상하는 요소들이다.

    그것은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물리적 요소들이다.

    여기서 물리적이란 것은 '나의 신체 내부'에서 알려주는 모든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물리적이지 않으면서 나를 형상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지금 이런 끄적거림, 내가 쓴 시, 소설, 내가 그린 그림, 내가 찍은 사진

    내가 좋아하는 음악, 내가 좋아하는 그림, 내가 좋아하는 풍경,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

    내가 아끼는 물건, 내가 자주 입는 옷, 집에서 신는 구멍난 양말

    늘 어지러진 방, 동전을 아무렇게나 벌여둔 책상위, 때만 되면 수 없이 반복해서 보는 영화

    자주 꾸는 꿈, 어릴때의 기억이나 지난날의 아픔이나 과거의 사랑등 지금 내가 회상하는 모든 것.

    (기억은 왜곡되는 존재이니까)

    모기에 물렸을 때 내가 보이는 반응, 건강강박증에 반약사가 되어가는 것,

    그리고 가만히 있을 때 느껴지지 않는 나의 느낌

     

    이런것들이다.

     

    어쩌면 두 요소가 잘 결합하여 나의 존재를 내게 의미부여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누구나 느끼는 맛있는 걸 먹을때의 기쁨

    누구나 운동할때 심장이 많이 뛰는 것

    누구나 추울때 입김이 나는 것

    누구나 포옹할 때 드는 안도감 같은 것

    이런건 누구나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그림이 있고 풍경이 있고 목소리가 있고

    아끼는 물건이 있고 자주 입는 옷이 있고 한가지 버릇이 있고 지저분할 수 있고

    자주 보는 영화가 있을지도 모르고 자주 꾸는 꿈이 있고 과거를 회상하고

    한가지 강박증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자신을 인식,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요소들이 내게 '나'의 존재를 설명할 순 있으나 의미를 말할 순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떨까?

     

    '욕망'

     

    이것은 나 스스로에게 나의 존재를 의미시킬 수 있을까?

    우선은 욕망이란 범주는 너무 넓기에 조금 좁혀서 시작해 넓혀가기로 하자.

     

     

    '지금 내가 가장 욕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욕망하는 것을 이루면 나의 반응은 어떠할까?'

    '그 반응이 과연 나에 대한 '나'의 의미'가 될 까?

    '만약, 좌절되었을 때는 어떠할까?'

    '그때의 나에 대한 '나'의 의미는 달라질까?'

     

    단순히 이 글을 쓰기 12시간 전의 일을 생각해보았다.

    나는 지금 가장 욕망하는 것은 '더 자는 것'이었고

    나는 '더 자는 것'을 이루었다.

    그런데 더 자고 나자 '후회'가 들었다.

    그래서 '어휴, J.YH 넌 또 이랬구나. 내가 못산다. 왜 자꾸 후회할 짓을 또하니?'

    라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할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더 자는 것'이 좌절되었다면

    그때는 '오, J.YH ~ 웬일이야? 오늘은 안 자고 잘했네??' 라며

    조금은 긍정적으로 나를 바라봤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달라졌다.

    하나는 나에 대해 스스로 한없이 화가나고 부정적인 시선을 던졌고

    하나는 나에 대해 스스로 예뻐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욕망이란 이런 사소한 것도 있지만 커다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것은 그저 나에 대한 '나'의 의미를 발견한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

    더 명확하게, 더 크게 나에 대한 '나'의 의미를 정의할 수 없어 매우 답답해

    한동안 또 이리저리 궁리했다.

     

    그러다가 이런것에 생각이 미쳤다.

     

    '나'의 의미를 스스로에게 완벽하게 증명할 수 없다면

    '존재 하는 것' 자체로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존재 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애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의식하고 있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존재 그 자체'로서의 가치와 '존재 이유'로서의 가치가 또 대립하게 되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너무 늦게 도달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궁리를 하는 시점에서 허준이 우렁이와 매실의 쓰임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매화 나무'는 그 전까지 매년 그 자리에 박혀서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하는 그 존재로서만 존재했었다.

    그러다가 '매실'의 효능을 알게 되면서 '매화나무'는 있는 존재로서만의 가치가 '존재 이유'의 가치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있는 존재로서만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이 것을 매화나무 스스로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

    매화 나무가 존재 하는 것은 '자연의 일부'로서이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의 일부에 맞게 변화하고

    그 특질에 맞게 겨울을 버티고 다음해에 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떨구는

    일련의 자연순환 구조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할까?

    그 존재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만약 나 라는 존재가 없다면 어떠한 가치가 사라지는 것일까?

    나의 존재가 있으냐 없느냐만으로 나 스스로 가치를 파악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나의 존재로서만 갖는 가치를 알려면 존재해야한다.

    존재 하지 않으면 그것을 알거나 찾을 수 없다.

    그러면 나는 '나의 존재로서만 갖는 가치'를 알기 위해 존재하는 자체가 가치가 있는 것일까?

    매화 나무처럼 자연의 일부로서 그저 존재하는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일까?

     

    또하나를 생각해보자.

    매실의 효능을 발견한 뒤 '매화나무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그 전까지는 자연의 일부로서 봄에는 꽃이피는 그런 나무였다가

    누군가에 의해 가치가 발견된 매화나무는 이제 존재의 이유가 생겼다.

    그렇다면 매화 나무의 존재 이유에 대한 가치는 '매실'이라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열매 때문이다.

    사람은 관계를 맺고 산다.

    그렇기에 늘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사회 속에서 여러가지 제도와 규범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인정과 무시'를 겪으며 산다.

    그 '인정과 무시'는 바로 타인이 내게 부여하는 가치이다.

    내가 무척 일을 잘하면 사장은 나를 '일 참 잘한다'고 인정하며 '내가 회사에 존재하는 이유'를 만든다.

    또한 나는 혼자라고 느낄 때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마음이 잘 통하는 누군가와 있을 때는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마음이 잘 통하는 누군가의 존재 이유'를 부여하는 동시에

    타인이 내게 부여하는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한 가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정'이란 참 중요한 말이다.

    타인에게도 내게도 '존재의 이유'에 대한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시'는 무섭다.

    '존재의 이유'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더 폭 넓게 생각해서 '인정'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고

    '지금 눈에 보이는 것(현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무엇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는 '나는 충분히 존재 이유가 있다'고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그 가치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타자'라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고양이든, 나무든, 내가 타는 전철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기에 관계 속에선 내가 먼저 타자가 충분한 존재이유가 있음을 인정해줘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

     

    그럼 '나 존재 자체'로서의 가치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내가 타자의 인정과 무시를 받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굉장히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볼 필요성이 있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은 소유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존재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존재로서 조화를 이룬다.

    사람도 자연 내부에서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자연'으로 본다면

    '나'라는 개인도 없어진다.

    결국 '나'는 자연이다.

    자연은 말을 풀면 '인간의 힘(문명이나 발명, 제작등)이 더해지지 않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인간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존재이다.

    (여기서 인간의 힘에 '인간과 인간이 결합하여 자녀를 낳음'은 배제된다.

    그것은 자연에 생존하는 모든 것에게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는 상태이다.

    결국 나는 스스로 존재 하는 상태로서 자연이 되고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연의 일부로 서있기 때문이다.

     

    아.. 또 나는 정의해보고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사람)는 존재 자체로서의 가치도 명확히 지니고 있고

    타자와의 관계로 그 존재 이유 가치가 형성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둘 중 하나만 있을 순 없는 것이다.

    자연 만물이 모두 그러하다.

    꽃과 벌만 보아도 그렇고

    토끼와 호랑이만 보아도 그렇다.

    그리고 사람과 해의 관계만 알더라도 그렇다.

     

    두서없이 이리저리 이말했다 저말했다 했지만

    생각은 끝이 없고 정리는 되지 않기에

    그저 그간 생각했던 것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둔다.

     

    20151025 0121

    자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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