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생각과수필] 십년지기(十年知己)
    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0. 15:58

    오늘 페북에 알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로그인 되어있길래

    12월이고 올해도 다 갔으니 연말 인사나 하려고 인사를 했다.

    그는 조금 있다가 답을 했다.

    첫마디가 '잘있나' 였다.

    내가 마구 웃었다. 이 상황이 갑자기 너무 웃겨서였다. 그리고 내가 .

     

    "우리는 늘 1년에 한번쯤, 당신이 먼저 문자로 '번호 바꼈나?' 하고 묻고 나는 '아니, 그대로야.' 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몇년에 한번 쯤, 내가 먼저 '안녕?' 하고 인사하면 '잘 있나?' 라고 묻고, 내가 '응 잘지내'라고 대답한다."

     

    고 말했다.

     

    나의 이 말 덕분에 우리의 대화는 10년만에 처음으로 조금 길어졌다.

    "진짜 좋은관계ㅋㅋㅋㅋ" 라고 그가 말했고

    나는 "게다가 이런 관계가 10년이 지속 된 것도 웃김ㅋㅋㅋㅋ" 이라고 답했다.

     

    그와 나는 아는게 거의 없는 관계다.

    아니, 얼굴도 본 적이 없는 관계다.

    내가 서울 살고, 그가 부산 산다는 것과 각자의 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이 다인 관계.

    딱 한번 그의 번호가 바뀌었고, 나의 번호가 바뀌었던 적이 있는데

    그는 카톡으로 "번호."라고 했고 나는 번호를 찍어주고 끝났다.

    그리고 그의 번호가 바꼈을 땐 그가 먼저 "내번호"라고 찍어주고 나는 수정하고 끝났다.

     

    내가 그와 알게 된 것은 딱 10년이다. 어쩌면 10년 1개월쯤이고 어쩌면 9년 11개월쯤일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을 더듬어보면, 은행잎이 모두 진 지 오래 안되었고,

    첫눈이 내린지 며칠 안되어 그와 연락이 시작되었으니

    아마도 11월말, 12월 초쯤일것이다.

     

    그와 나는 사기를 치다가 만났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 사기친 인연이 10년을 온 것이다.

    그 사람때문에 이후에 사람의 인연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같다.

    얼마전에 오컬에 갔을 때 누군가에게 말한적이 있는 것인데

    "저는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되게 궁금해진다. 그들과 얽혀서 이루어지는 미래가."

    간단하다. 오컬에서도 내가 스치고 지나가는, 그저 대면대면 얼굴을 알고 있던 사람이

    어느날은 내 10년지기 친구가 되어있을 수 있고, 애인이 되어있을수도 있고,

    다르게 엮인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난 그것들이 너무 기대되고 좋다. 과연 10년뒤에, 20년 뒤에 이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게 어떤 영향을 준 사람들이 될까? 내 입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될까?

    하는 그런 기대감, 상상, 설렘. 아.. 미래란 늘 끝없이 궁금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 사람과 10년만에 또 통화를 하게 되었다.

    십년지기 된 기념으로 목소리나 듣자며 전화를 걸어왔다.

    참나.. 십년지기라니. 서로 아는 것도 없는 십년지기라 크크큭.

    사람들의 인연이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20151201. 1948.

    천씨와 통화를 끝내고.

     

     

Copyright ⓒ EomMaM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