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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과수필] 팔짱끼는 걸 싫어하는 이유
    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1. 15:42

    언제부터 팔짱끼는 것을 두려워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팔짱을 끼는 게 손을 잡는 것 보다 더욱 좋다는 사람에게 격한 거부감을 나타낸건 왜일까?
    호주머니에 손을 구겨넣은 모습을 극도로 싫어하며 팔짱을 끼지 않은건 왜일까?
    그냥 원하는대로 해줄 수 있었건만 대체 왜 이다지도 팔짱 끼기를 싫어하게 됐는지
    생각해볼수록 의문이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두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게
    너무나 방어적이고 벽을 친 기분이라고 했다.
    팔짱을 끼는 것은 매우 일방적인 느낌이라고 했다.

    그 사람은 내게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은 버릇일 뿐이라고 했다.
    손깍지를 끼는 것은 자신의 손에 땀이 많아서 느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 사람은 이유가 분명했건만, 나는 그 사람을 밀치고 '그럼 각자 걸어!' 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사람은 슬그머니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미안해졌다. 아, 그래 어깨를 감싸고 허리를 끌어안을 수도 있었구나.

    그 후로 왜 그토록 팔짱 끼기를 거부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면 예전의 나는 상대방과 밀착되는 팔짱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일로 인해 난 한동안 말이 없었고, 올라오는 내내 입을 다물었고 오늘 저녁까지 생각을 거듭했다.

    그 이유는 상처때문이었다.

     

    구년 가까이 만난 한 사람, 크게 상처받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구년을 만난 그 사람이 날 저버릴 무렵
    늘 잡던 손깍지는 버려두고 호주머니에 손을 단단히 감추어 잡지 못하게 했었다.
    나는 그때 매우 마음이 아팠다.
    달라진 태도가 너무도 두려워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말들을 마른침으로 삼키며 주머니로 숨어버린 손을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그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 나는 팔짱을 꼈다.

    그것은 뻤뻣하게 말라버린 장작을 품에 끌어안는 기분이었다.

    매우 일방적인 마음으로, 변해버린 사람을 붙잡고자 하는 팔짱이었다.

    그 순간순간, 팔짱을 끼고 걷는 걸음걸음마다 한칼, 한칼 발바닥을 저몄다.

    아니 가슴이 북풍을 맞듯 에였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그리고 그 사람은 떠나갔다.
    다시는 손을 보이지 않고.
    다시는 손을 내밀지 않고.

    아...
    그랬구나.
    그래, 그때 참 많이 아팠지.
    혼자 그 온기를, 체향을 느껴보겠다고 몸부림쳤었지.

    그랬어.
    참 바보같이..

     

    20160225 2033.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한 생각.

    침대에 누워 생각을 정리하며..

     

    별로 상처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일이 꽤나 큰 충격이었나보다.

    트라우마가 된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깨닫고도 나는 역시나 팔짱을 껴야한다는 것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놓는 것이 매우 싫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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