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둥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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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고양이의 마중 - 냥냥가정사/'일기'는 몰아서 쓰는 맛 2019. 7. 16. 15:40
굉장한 늦잠을 자고 산책을 할 겸, 느지막이 궁동공원에 갔다. 공원 초입에 들자 이녀석이 아주 멀리서부터 총총거리며 마중 나왔다. 오늘도, 지난번에도 이녀석이 계속 옆에 붙어다니는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산책을 했다. 공원이 영역이 되어버려 공원을 벗어나면 수풀 사이 높은 곳에서 잠시 내려가는 나를 바라보다가 가버리는 녀석. 삼 년 전에 처음 만났던 아주 작고 왜소했던, 겁 많은 노란 줄무늬 아기 고양이. 한번도 이 녀석을 만날 때 먹을 것을 준 적은 없지만 이 녀석은 날 알아본다. 삼 년 전, 어떤 사람에게 무척 혼나고 있을 때 도망을 치다가 이미 여러번 귀여워 해 준, 나와 마주쳤다. 당시 아기냥이었던 이 녀석이 내 바로 뒤 수풀로 숨어들었는데, 그 아저씨가 쫓아와서 막대기로 이곳저곳을 쑤셔댔다.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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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수필] 더할수록 나빠진다고 느끼는 이유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2. 14:46
새벽같이 투표하고 와서 종일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딱 이시간이다. 오늘 읽기 매우 알맞다고 생각되는 책이다. 이렇게 한 권을 내리 읽는 것은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그러고싶었다. 밑줄을 긋고 코멘트 하고 태그를 붙이고. 부엌 창으로 보이는 궁동공원 산등성이에 벌써 해가 들고 있다. 싱크대에 엉덩이를 기대고 한참 그 모습을 보다가 다시 다 읽고 덮은 책을 멀찍이 바라보다가 나는 아침에 냉동실에서 꺼내두었던 영양떡을 무심한 상태로 먹었다. 나는 왜 해를 더할수록 소외하는 듯이, 삶은 어째서 살아갈수록 팍팍해지는 것처럼, 시대는 무슨 까닭으로 흐를수록 나빠진다고, 세상은 무엇때문에 갈수록 갈수록 두번째 마음으로 간다고 느껴지는지. 어쩌면 이것들은 내가 변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때의 내가 품고 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