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
[詩] 밤산책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4:59
나무들은 마악 손톱 끝을 곱게 들였는데 바닥은 차지도 않은 달빛에 온통 물들어 깊어진 밤이 밤인줄도 모르게 색색이다. 나는 종종하는 걸음으로 길을 걷다가 나의 그림자가 핏빛 바닥을 기어서 샛바람에 너풀대는 모습을 보았다. 용암에 부어진 듯 끓어 넘치는 발바닥이 녹아 내리는 쇠몽둥이 마냥 질질 흘러서 위로 위로 길게 길게 검은 길을 만든다. 내일이면 발바닥은 탄탄히 굳겠지. 해가 뜨면 검게 탄 길도 지워지겠지. 잠이 들면 깊은 밤도 아침이 되겠지. 20150924. 2335. 요즘 자주 체해서 또 체기가 있기에 밤산책을 나섰다.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보름달인데도 하늘은 밝아 별이 보이지 않았고 바닥은 붉게 붉게 색을 깔았다. 아직 보름달도 되지 않은 달빛에 붉어진 길위에 발을 담그고..
-
[詩] 달그림자(밤산책의 수정전 버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5. 14:48
나무들은 마악 손톱끝을 곱게 들였는데 바닥은 차지도 않은 달빛에 온통 물들어 깊어진 밤이 밤인줄도 모르게 색색이다. 나는 종종하는 걸음으로 길을 걷다 나의 그림자가 핏빛 바닥을 기어서 샛바람에 너풀대는 모습을 보았다. 용암에 부어진 듯 끓어 넘치는 발바닥이 녹아 내리는 금몽둥이 마냥 질질 흘러서 위로 위로 길게 길게 검은 길을 만든다. 내일이면 내 발바닥은 단단하겠지 해가뜨면 검게 탄 길도 사라지겠지 잠이 들면 깊은 밤도 아침이 되겠지 20150924. 2358. 요즘 자주 체해서 또 체기가 있기에 밤산책을 나섰다.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보름달인데도 하늘은 밝아 별이 보이지 않았고 바닥은 붉게 붉게 색을 깔았다.
-
[생각과수필] 모딜리아니전-영혼을 알 때텍스트/생각과시 2019. 7. 4. 17:38
어제 관람한 모딜리아니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대표작 몇 점이 빠졌지만 그래도 잘 알려진 그림 중에 황홀한 그림이 있어 나를 서성이게 하기엔 충분했다. 만지고싶고 갖고 싶은 욕구를 일게 했던 그 그림. 머리를 푼 채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상. 은은한 붉은빛이 반복하여 파도친다. 다리와 몸통과 팔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거친데 매끄럽고 부드러운데 격렬하다. 예쁘다 라는 말을 스무번도 넘게 한 것 같다. 여성의 누드화가 이렇게까지 아름답고 예쁘다고 느껴 부끄러울 정도로 보고 또보고 하긴 처음이다. 오사카에 소장중이라니 꼭 다시 보러 가야지. 모딜리아니 그림중에 종종 눈동자가 있는 그림이 있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다." 그는 진정 그들의 내면과 교감했을까? 이 말에 나는 ..
-
[詩] 고요히 격렬한 춤을 추네텍스트/생각과시 2019. 4. 11. 07:32
붉은 입술, 너울대는 머리칼 눈을 적셔 울렁이는 가슴 탁탁 터지는 거친 숨소리 입술에서 흩어진 가파른 향기 왕왕대며 진동하는 눈동자 어둠은 번쩍이는 폭죽전 밝음은 혜성이 남긴 잔상 점멸의 순간마다 타다마는 고적한 그림자 그림자가 떨구는 눈물 숨을죽여 다시 타는 눈물 눈물을 태워 퍼뜨리는 눈부심 혈관으로 스미는 빛발 온색으로 만들어낸 형상 아, 비로소 나 20150509 2348 동생이 만들어준 향초를 바닥에 켜두고 불을 끄고 앉았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불꽃이 흔들거리며 숨을 죽였다 기를 폈다 하며 점멸했다. 점멸의 순간마다 내 그림자의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끌어안은 무릎에 내 심장이 진동한다. 꽉 끌어안자 핏줄이 왕왕대며 온몸으로 부대껴 진동한다. 꼭 불꽃이 흔들리며 만들어낸 어둠과 빛이 진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