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일상] 골목길 봄의 단상가정사/'일기'는 몰아서 쓰는 맛 2019. 7. 16. 11:39
오늘 점심 먹고, 평소 안지나던 비좁은 골목길로 왔다. 비좁은 골목길 어느집 대문에는 강아지가 코를 바짝대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 옆에는 잔뜩 오므려 폭죽처럼 터질 준비를 하는 민들레가 있었다. "어머, 이것 좀 보세요. 조금 지나면 퐁~퐁~ 별천지겠다." 호들갑을 떨자 강아지가 짖었다. 다시 생각해도 좋은 오후였다. 나는 반쯤은 날아간 이 민들레 갓털의 모습이 완전한 구를 이룬 때보다 좋다. 그들은 너무 질서 정연해서 감히 내가 범할 수 없는, 너무도 우주적인 모습이라 감탄할 뿐이다. 반쯤 갓털이 날아간 민들레는 마지막 남은 앞니까지 손으로 혀로 흔들흔들 빼어 지붕위로 힘껏 던지고 새 이를 달라고 소원을 빌며 지붕께로 얼굴을 들어 헤벌쭉 웃는 딱 그나이쯤의 어린아이 같달까. 그래서 늘 나는 이제 마저 ..
-
[생각과수필] 꽃샘추위텍스트/생각과시 2019. 7. 11. 15:52
윤달이라는 특별함이 없었더라면 숫자로, 공식적인 겨울의 끝을 알리는 2월 28일. 그 끝에 그간 품었던 아쉬움을 몽땅 쏟아내듯 아기 주먹만한 눈이 펑펑 내렸다. 같은 장소에서 찍었던 첫눈의 모습과 달리 세차고, 매섭고, 억세게 내리는 모습이 그것이 비록 계절일지라도 세월은 속일 수 없구나 싶었다. 시간의 속도를 따라가며 얻게 되는 쓰린 상처와 때탄 공기와 불순한 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피부가 꼭 그렇듯이.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리라 믿기에 그것이 곧 물러나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눈이 온다고, 예쁘다고 말하며 그치기까지 묵묵히 바라본다. 20160307 1829. 멍하니 있다가 딴짓하려고 켜든 폰앨범을 보고 사진 20160228 1530, 방배동 꽃샘추위가 있던 날. 아래는 이번 겨울 첫눈 오던 날, 방..
-
[댓글] 늦봄에 떨어진 노란 꽃에 대하여이티씨/내댓말들 2019. 7. 10. 14:00
감성을 자극하는 낭만시이기에 저 혼자 여러 생각을 해봤어요. 가을비가 내리고 해가 수십 번 지고 나면 안타까웠던 기억이 희미해지는 만큼, 내년에 찾아올 봄에 피는 노란 꽃은 또 늦봄까지 잊고 살겠지. 혹시나, 그 꽃을 보아도 나는 아마 그 꽃이 오늘의 그 꽃이 아니니 보지 못할 것이다. 라구요. 딱 나의 시선이 닿는 곷까지 보는게 내 세상이다. 조금만 더 고개를 들지 그랬어. 지나고 나서 깨달아도, 바래고 희미해져 점차 잊히고 살다가 내년 봄은 또 오는데 노란 꽃은 피는데 그때의 나는 그 꽃을 볼 수 있을까? 20151114 2109. 분홍천 - 늦은봄, 임대균